공장 신증설 쉽게 산업단지 기능 재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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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오석 부총리 “수도권 규제 완화”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업규제완화 해법으로 제기한 ‘기능별 접근’은 수도권과 지방이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소모전 없이 수도권 규제를 단계적으로 풀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풀이된다. 제조업 중심인 수도권 산업단지에 서비스업을 허용하는 것부터 시작해 공장 신증설을 허용하는 민감한 분야로 규제 완화의 폭을 점차 넓히려는 것이다.

기재부는 이처럼 산업단지의 수요와 용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기업 투자를 유도하는 ‘3단계 투자활성화 대책’을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 산업단지 용도 변경해 투자 유치

기재부는 과거 수도권 규제 완화 논의가 수차례 무산된 것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국회의원들의 강력한 반발을 정면으로 돌파하려 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기재부는 우선 전국 산업단지 가운데 기업이 원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단지가 텅텅 비어 있는 사례를 조사해 그 활용도를 높이기로 했다. 실제로 산업단지에서 서비스 관련 업종의 사업을 하고 싶어 하는 기업이 있는데 단지 용도가 ‘제조업’이나 ‘농업’으로 제한돼 있어 투자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일례로 폐기물처리업을 하는 A사는 경기 안산의 반월국가산업단지에 공장을 지으려 했다. 하지만 A사의 업종이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으로 분류돼 있어 설비투자를 못하고 있다.

기재부는 앞으로 산업단지 내 일부 용지의 용도를 서비스업으로 바꿔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해줄 예정이다. 콜센터나 자동차 튜닝회사 같은 제조업과 연관돼 있는 서비스업이 우선 허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하면 수도권정비계획법 같은 법을 손질하지 않고도 기업활동에 일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경제현장 찾아 1박2일 ‘1박2일 경제현장 방문’에 나선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일하는 현장 근로자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격려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경제현장 찾아 1박2일 ‘1박2일 경제현장 방문’에 나선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일하는 현장 근로자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격려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9개 규제 풀려도 1개 남으면 투자는 요원”

하지만 기업이 원하는 대규모 공장 신증설을 하려면 산업단지 관련 규제를 푸는 것 정도로는 부족하다. 기능적 접근에 따른 규제 완화 이후 수도권 규제 관련 법령을 손질하는 후속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경제계는 보고 있다. 기재부 고위 당국자는 “규제 10건 중 9건을 풀어도 1건이 남으면 기업으로선 아무것도 못 한다”며 “수도권 공장 신증설은 규제의 덩어리를 한꺼번에 풀어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말했다.

환경 관련 규제는 수도권에 공장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막는 대표적인 규제다. 이명박 정부 때 수도권 내 산업단지에 대한 입지 규제를 상당 수준 완화했다. 2008년 10월 대기업의 수도권 산업단지 내 공장 신증설을 허용했고 서울에 첨단산업단지 개발을 허용하는 수도권 규제 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2009년에는 공장총량제의 적용을 받는 공장 규모를 200m² 이상에서 500m² 이상으로 완화했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 관련 법안인 수도권 정비계획법이 남았다. 이 법은 수도권을 과밀억제, 성장관리, 자연보전권역으로 나눠 공장 신증설이나 개발사업을 제한하고 있다. 이 법이 완화돼도 자연보전권역 내에 오염물질 배출을 제한하는 ‘수질과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이 있어 공장 신증설은 어렵다.

수도권 규제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곳은 경기 이천시의 SK하이닉스 공장. 하이닉스는 생산시설 포화로 수년 전부터 증설을 희망해 왔지만 자연보전권역 규제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경기도는 규제 완화로 증설이 이뤄지면 13조 원의 투자효과와 3000명의 고용 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비수도권에 공장을 지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이는 실상을 모르는 얘기”라며 “시너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수도권에 위치한 기존 공장을 증설해야 하며 증설이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해외에 공장을 짓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 ‘경쟁력 강화 vs 균형발전’의 딜레마

수도권 규제 완화는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에 역행한다. 환경오염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정부가 딜레마에 빠져 있는 이유다.

학계는 한국의 규제정책이 선진국에 비해 과도해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좌승희 서울대 겸임교수(경제학)는 “선진국들이 대체로 수도권 규제를 없애는 상황에서 한국만 규제를 유지하는 것은 문제”라며 “수도권을 묶어 지방이 반사이익을 얻도록 하는 정책 대신 지방 재정자립도를 높여 지방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극도로 부진한 투자심리를 살리려면 다소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모든 규제를 푸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연구개발(R&D)같이 수도권 입지가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업종부터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종=홍수용 기자·장원재·문병기 기자 legman@donga.com
#기업규제완화#기능별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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