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쇼핑몰 맨위에 뜨게 하려면”… 네이버에 상담해봤더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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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당 10만원’ 검색어 광고도 있어

네이버가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문어발식 사업, 인터넷 생태계 교란, 창업 저해, 광고와 정보의 혼재, 광고비 횡포 등 쟁점도 다양하다. 이 논쟁의 핵심에는 ‘광고’가 있다. 광고는 연매출이 2조3893억 원에 이르는 네이버의 주요 수입원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인터넷쇼핑몰 사업에 관심이 있다”며 10여 차례 네이버의 전화상담을 받았다. 아기 옷을 전문으로 파는 쇼핑몰을 창업하고 네이버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리려면 얼마나 돈이 들까. 기자와 네이버 상담원의 대화 내용을 그대로 옮긴다.

“네이버 검색창에서 ‘아기 옷’이라고 쳤을 때 제 쇼핑몰이 첫 화면 맨 위에 뜨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기자)

“키워드 광고라는 걸 이용해야 해요. 말하자면 ‘아기 옷’이라는 검색어를 돈을 주고 사신다고 보면 돼요.”(상담원)

“얼만데요?”

“가격은 실시간 입찰 방식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정확히 말씀드릴 순 없지만 6월 자료를 보면 530원을 내신 분이 1위여서 그 사이트가 가장 위에 노출됐습니다.”

“하루에 530원요?”

“아니요, 클릭당 530원입니다.”

“그게 무슨 뜻이죠?”

“네이버 이용자들이 아기 옷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그 결과를 보고 광고주님의 사이트를 클릭할 때마다 530원의 광고료를 내야 한다는 얘기예요.”

“그럼 사람들이 제 사이트를 수천 번 클릭하면 530원 곱하기 수천 번의 광고료를 내야 한다는 거예요?”

“그렇죠.”

“그럼 광고료가 수백만 원, 수천만 원 나올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아기 옷이란 키워드는 비싼 편은 아니에요. 클릭당 70원짜리부터 10만 원짜리까지 다양하거든요.”(그중에는 ‘텐프로’ 같은 19금 키워드도 많다)

“그럼 제가 키워드를 한 번 사면 제 사이트가 계속 맨 위에 노출되나요?”

“그건 아니고요.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신 분이 있으면 광고주님 사이트는 아래로 밀리거나 첫 화면에서 사라질 수 있어요. 광고비 상위 10개 사이트는 ‘파워링크’라고 해서 맨 위에 뜨고요, 11∼15위는 ‘비즈사이트’인데 그 아래 뜹니다.”

“사람들이 클릭을 한다고 꼭 물건을 사는 건 아니잖아요. 매출은 적은데 광고비만 잔뜩 나오면 어쩌죠?”

“걱정 마세요. 저희가 ‘1일 허용 예산’이란 제도를 운영하고 있거든요. 광고주님이 정한 금액 이상으로 클릭이 이뤄지면 화면 상단에서 바로 빠지기 때문에 돈을 더 안 내셔도 돼요.”

이처럼 네이버 검색 결과는 철저히 광고비에 따라 노출되고 있었다. 실제 네이버 검색창에 ‘아기 옷’을 치니 A4용지만 한 노트북 화면 전체가 모두 광고 검색 결과로 채워졌다. 하지만 이 결과가 광고라는 걸 알려주는 건 깨알만 한 크기의 영어 약자 ‘AD’가 전부였다.

이런 메커니즘은 누리꾼들이 통합검색 못지않게 많이 이용하는 지식쇼핑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지식쇼핑은 특정 물건을 검색하면 인터넷 상품정보를 모두 검색해 인기순, 가격순 등으로 보여주는 듯했지만 사실과 달랐다.

네이버 상담원은 “지식쇼핑에 물건을 노출시키려면 우리 양식에 맞게 쇼핑몰의 데이터베이스(DB) URL(링크 주소)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식쇼핑 검색을 통해 이용자들이 해당 링크를 클릭할 때마다 최고 53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식쇼핑 검색 상단의 ‘프리미엄 추천 상품’ 역시 광고비를 많이 낸 사업자의 상품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네이버가 최근 선보인 ‘샵N’ 서비스도 판매 수수료가 건당 제품 가격의 5∼12%여서 영세 사업자로선 등골이 빠지는 것이었다. 샵N은 개인이 블로그를 구축하듯 네이버 안에 자신의 쇼핑몰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다.

네이버 상담원은 “결제 단계부터 수수료를 뗀다”며 “아기 옷을 파는 점주님은 11%의 수수료를 뺀 나머지 돈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지배하는 온라인 세상에서는 인터넷 창업조차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NHN은 2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색광고 문제점 개선 등을 포함한 인터넷 생태계 상생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네이버#검색어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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