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전 철수’ 약속 깨고 7명 볼모로 잡은 北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30일 03시 00분


북한이 개성공단에 남아 있던 우리 측 관리 인원 50명 가운데 7명의 철수를 끝내 막았다. 미수금 지불을 요구하며 사실상 볼모로 억류한 셈이다. 북한이 갖가지 트집을 잡는 바람에 당초 어제 오후 5시에 돌아오려던 43명은 예정 시간이 훨씬 지나 한밤중에 남한으로 귀환했다. 북한은 26일 “철수와 관련해 신변안전 보장대책을 포함한 모든 인도주의적 조치들을 책임지고 취하겠다”고 밝혔으나 약속을 어겼다.

우리 기업이 북한 근로자에게 3월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북한 탓이다. 북한은 이달 3일 일방적으로 남에서 북으로 가는 사람과 차량의 통행을 차단했다. 북한은 근로자에게 지불할 현금 수송까지 막았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미수금을 내라며 7명을 억류한 것은 비인도적 처사다. 쌍방이 액수만 확인하면 굳이 우리 측 관리 인원이 북한에 남지 않더라도 밀린 임금 지불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임금에 비하면 적은 금액인 통신료와 소득세 정산은 문제도 되지 않는다.

북한의 통행 차단과 근로자 출근 중단에 이어 우리 측 체류자 대부분의 철수로 개성공단은 2004년 가동 이후 처음으로 사실상 폐쇄됐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와 기업대표단의 방북(訪北) 요청도 거부했다. 정부는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 수백 명을 보다 못해 철수 결정을 내렸다. 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정부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조치였다.

정부는 먼저 남아 있는 7명의 조기 철수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북한에 지급해야 할 돈은 깨끗하게 주고 우리 기업의 재산 보호는 확실하게 요구해 관철하는 의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북한 국방위가 성명으로 한 약속을 근거 삼아 7명의 철수를 요구하면 북한도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북한이 무리수를 두기는 했으나 남북 간 갈등을 해소할 여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리 정부는 여전히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정은은 그제 인민복 차림을 한 당정군 핵심 인사들과 함께 대동강 주변에 있는 주민 편의시설을 시찰했다. 주민의 삶에 관심이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그가 진정으로 주민의 삶을 개선할 생각이 있다면 개성공단 근로자 5만3000여 명이 다시 일하도록 해주는 것이야말로 확실한 길이다. 마침 북한이 집중적으로 비난하고 있는 한미 군사훈련 독수리연습이 오늘 종료된다. 북한이 다시는 개성공단을 흔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면 개성공단은 언제든 정상 가동할 수 있다.
#북한#개성공단#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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