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 아주ACE전형으로 화학공학과 합격한 신가나 씨

  • Array
  • 입력 2013년 4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신나는 공부/입학사정관제, 바로 알자!] “스펙 없지만 학교생활에 진짜로 ‘충실’했어요”

신가나 씨(19·아산 온양여고 졸)는 2013학년도 아주대 입학사정관전형 중 하나인 아주ACE전형으로 화학공학과에 합격했다.

이 전형은 서류평가를 통해 3배수를 선발한 후 2단계에서 1단계 성적 20%와 심층면접 80%를 반영해 최종 합격자를 결정한다.

다른 대학과 비교하면 면접의 반영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 특징. 지난해 이 전형의 전체 경쟁률은 8.08대 1. 신 씨가 지원한 화학공학과는 10.13 대 1로 평균보다 높았다.

입학사정관전형은 화려한 외부대회 수상과 비교과 활동 등이 필요하다는 오해 때문에 대도시 학생들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신 씨는 그런 편견을 당당히 깼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야 입학사정관전형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정도로 대학입시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그가 아주대에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입학사정관전형의 기본인 학교생활에 충실했다는 점에 있었다.

교외활동보다는 학교생활에 충실

신 씨라고 스펙 쌓기에 대한 유혹이 없었을까. 하지만 신 씨가 거주하는 지역은 중소도시라 정보 자체가 부족했다. 입학사정관전형으론 대학에 갈 수 없다고 생각한 신 씨는 스펙에 눈을 돌리는 대신 학교활동에 집중했다.

학교생활에 충실했던 신 씨의 모습은 역설적으로 입학사정관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토대가 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충남 아산에 위치한 신정호의 수질 오염을 두고 벌인 주제탐구활동. 그는 1년 3개월 동안 신정호의 수질을 검사했다. 그 결과를 가지고 3학년 때 ‘화학 성분 분석과 오염 원천 유추를 통한 수질 오염 정도 분석’이라는 주제로 소논문을 작성해 교내 주제탐구활동발표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제가 1년 넘게 신정호 수질 오염에 파고들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았던 덕분이에요. 스펙을 쌓기 위한 다른 여러 활동에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되었으니까요. 이런 점에서 남들과 차별화되는 나의 색깔이 오히려 나타났던 것 같아요.”(신 씨)

솔직함이 경쟁력이다

신 씨는 자기소개서를 매우 솔직하게 작성했다. 어려웠던 가정형편 때문에 일찍 철이 들어야 했던 학창시절의 이야기, 지극히 내성적인 성격 탓에 학생수가 적었던 시골학교에서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담아냈다.

많은 수험생이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밝은 내용 위주로 자기소개소를 작성하는 상황. 하지만 신 씨의 이런 솔직함은 오히려 ‘경쟁력’이 되어 입학사정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게 된 계기가 됐다.

신 씨의 자기소개서를 사전에 검토해본 입학사정관들은 신 씨가 다소 어둡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입학사정관들은 면접에서 ‘반전’을 경험했다. 실제로 만난 신 씨는 무척 긍정적이고 쾌활했던 것.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극복을 위한 노력을 해왔기에 이렇게 솔직한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었던 것이다.

신 씨의 자기소개서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들이 진솔하게 묻어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주ACE전형은 교과 성적의 상승이나 대회 수상 등 학교생활을 토대로 이룰 수 있는 학문적 성취뿐 아니라 자신이 처했던 상황이나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들도 성취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친구들에게 자소서 보여주며 평가받아

신 씨는 자기소개서를 쓴 뒤 친구들에게 다시 보여주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 물었다. 나 자신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내가 아니라 주변의 친구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자신을 객관화하는 작업이었다.

“몇 년 동안 함께 저를 지켜봐온 친구들이 저의 자기소개서 내용을 읽고 지적해주는 내용이야말로 저를 정확하게 평가한 것이었어요. 이런 과정을 거쳐 자기소개서를 보완했지요. 제가 자연계열이기 때문인지 제 작문실력이 다소 취약하다고 생각해 걱정했는데, 글쓰기를 잘하는 인문계열 친구들이 어색한 표현이나 문장을 지적해주어서 자기소개서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어요.”(신 씨)
▼ 고지영 아주대 입학사정관 “투박하더라도 사실 그대로 자기소개서에 담으세요” ▼

2014학년도 아주대 아주ACE전형은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지난해까지는 지원자가 원할 경우 외부대회 수상 등 교외 활동에 대한 추가서류를 10건 안에서 제출할 수 있도록 했지만, 올해는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두 가지 서류만 제출하도록 전형방식 변경을 추진 중. 입학사정관전형 취지에 부합하는 전형방식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겠다는 의미다.

중소도시에 거주한 탓에 대입관련 정보가 부족했다는 신가나 씨. 그가 외부대회 수상과 연합 동아리 활동 같은 화려한 스펙 없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학사정관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고지영 아주대 입학사정관이 밝히는 이유를 살펴보자.

화려한 스펙보다는 실패 속 성장이 중요

많은 학생과 학부모는 입학사정관전형으로 합격하기 위해선 화려한 스펙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오해다. ‘학교생활 안에서 자신의 발전가능성을 개발하고 노력한 학생들을 선발한다’는 입학사정관제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 입학사정관은 “지난해 아주ACE전형으로 지원한 수험생 중 70% 정도가 외부대회 수상과 교외 활동에 대한 추가서류를 제출했다”면서 “하지만 최종 합격자 중 50%는 이와 같은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학생들이 차지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려한 스펙이 입학사정관의 눈길을 끌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실패 속에서도 자신이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를 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지원분야에 대한 열정과 고민 드러나야

신 씨는 적조현상을 해결하는 전문가가 되겠다는 포부로 화학공학과에 지원했다. 고교시절 본인에게 의미 있는 활동을 5개 이내로 기술하라는 자기소개서 항목에서도 4개를 전공 관련한 내용으로 작성했다. ‘신정호 수질에 대한 주제탐구’와 이를 토대로 작성한 ‘소논문’이 대표적.

고 입학사정관은 “신 씨의 지원 분야 활동내용이 학문적 깊이가 있지는 않았지만 지원 전공에 대한 기본소양과 잠재력을 평가하는 전공적합성 항목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다”면서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수상경력 등 스펙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심층면접을 통해서 지원분야에 대한 자신만의 열정과 고민이 잘 드러났다”고 말했다.

진로분야 빨리 결정할 필요 없어

신 씨는 고3이 되어서야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입학사정관전형에서는 어려서부터 자신이 나아갈 진로분야를 확실히 정하고 고교 3년간 그 목표가 변하지 않아야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진로목표가 변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 중요한 것은 바뀌게 된 이유에 있는 것이다.

고 입학사정관은 “신 씨는 고3에 들어와 진로계획을 구체적으로 정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전혀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전형에 지원하는 많은 학생들이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진로목표가 변하더라도 그렇게 된 이유를 분명하게 제시할 수 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김만식 기자 nom7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