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금 ‘타이레놀 시럽’ 일부 수작업… 제약공정 ABC도 안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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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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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얀센, 문제 알고도 한달간 쉬쉬

다국적 제약사인 한국얀센이 제조관리 규정을 어긴 사실이 드러났다. 이 제약사는 최근 어린이 타이레놀 현탁액(시럽·사진)에 문제가 생겨 당국으로부터 162만 병의 판매금지 결정을 받았다.

다국적 제약사가 우수의약품제조관리(GMP) 규정을 위반해 적발된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불량식품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등을 ‘4대 악’으로 규정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승격시킨 직후라 처벌 수위를 놓고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5일 어린이 타이레놀 판매금지 결정을 계기로 한국얀센의 공장을 확인한 결과 GMP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경기 화성시에 있는 공장 전반의 제조 관리 실태를 점검하는 등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약사법에 따르면 GMP 규정을 위반할 경우 해당 제품을 1∼3개월간 생산하지 못한다. 장비를 교체하는 등의 개선 작업이 끝나지 않으면 이 기간은 더 연장될 수 있다. 한국얀센에 대한 행정처분 수위는 식약처의 최종 조사결과가 나오면 결정된다.

GMP 규정 위반 사실은 타이레놀 시럽에 이상이 있다고 한국얀센이 식약처에 신고한 22일 드러났다. 한국얀센은 약품의 주성분이 제품마다 일관되게 담겨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에 식약처가 공장을 직접 조사하는 과정에서 한국얀센이 GMP 규정을 따르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한국얀센은 제품 생산속도가 더 빠른 새 장비를 2011년 5월 국내에 들여왔다. 이후 타이레놀 시럽에 거품이 심하게 생기고 시럽이 용기에 균일하게 담기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때문에 자동으로 돌아가던 공정의 극히 일부를 수작업으로 했다. 어린이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 함량이 제품별로 기준치보다 20∼50%씩 더 들어간 이유로 추정된다. 정상 수준 이상의 아세트아미노펜이 들어간 약품을 복용하면 간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GMP 규정에 따르면 이 경우 제약사는 공정이 바뀐 사실을 기록해야 한다. 또 제품의 품질이 변했는지 검증해야 한다. 조사 결과 한국얀센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중소 국내 제약사라도 제조과정에서 GMP 규정은 기본으로 지킨다. 국내 중소제약사가 배울 정도로 다국적 제약사가 제조과정에서 모범을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실망스러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또 식약처는 아세트아미노펜 함량이 회사 자체 기준을 초과한 사실을 한국얀센이 지난달 18일 처음 발견한 후에도 제품을 출고했다는 정황을 파악했다. 이게 사실이면 한국얀센은 제품 결함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출고한 셈이 된다. 이 역시 GMP 규정 위반이어서 행정처분 대상이 된다.

식약처는 한국얀센이 GMP 규정을 고의적으로 위반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조사 중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위반행위가 실무자 수준에서 생긴 건지, 아니면 경영진 차원의 고의적 지시에 의한 결과인지에 따라서 행정처분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현재 식약처는 한국얀센 공장의 원료 관리와 제조과정, 각종 문서를 샅샅이 점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얀센은 “잘못된 부분이 증명된다면 사과문 게재 등 필요한 조치를 하겠지만 아직 최종 조사결과가 안 나왔다. 현장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현재로선 뭐라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한국얀센은 “지난달 18일 (함량 이상이) 발견된 제품은 정량을 초과하기는 했지만 안전한 범위였다. 다른 제품에 문제가 있는지, 환자에게 해를 끼칠 내용인지를 검사한 뒤 신고하려다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한국얀센이 GMP 규정을 여러 개 위반했다면 가장 중대한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은 규정대로 받는다. 나머지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50%씩 추가된다. 예를 들어 각각 3개월과 2개월의 제조금지에 해당하는 위반행위가 2건이라면 3개월 처분은 그대로 받고, 2개월 처분의 절반인 1개월을 합쳐 모두 4개월간 업무가 정지된다.

::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우수의약품제조관리) ::


의약품과 의료기기 품질을 관리하기 위한 제도로 한국에서는 1994년부터 의무 시행됐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제약사는 의무적으로 GMP 인증을 받고, GMP 규정을 제조과정에서 지켜야 한다. 예를 들어 생산과정에서 일어난 일을 빠짐없이 기록하는 등 전 제조 과정을 문서로 남겨야 한다. 제품 품질에 이상이 발견됐을 때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타이레놀 시럽#판금#한국얀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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