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국 사커에세이] “바르샤 유망주 3총사 시련…조기유학 타산지석 삼아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4월 25일 07시 00분


에이전트를 하다보면 자녀의 축구유학 문제로 상담을 원하는 부모들을 많이 보게 된다. 자녀 교육에 관한 한 세계에서도 가장 열성적인 우리나라 부모들인 만큼 기왕 아이를 축구선수로 키우려면 하루라도 빨리 해외로 내보내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부모들의 분출되는 욕구들에 비해 이에 대한 대답은 부정적이다. 18세 미만 선수의 국제이적을 금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방침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FIFA의 강경한 자세가 변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올 초 불거진 스페인 바르셀로나 소속 한국 유소년 선수들의 케이스는 그동안 서유럽에서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치외법권’ 지역마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백승호 이승우 장결희 등 3명의 유망주는 앞으로 공식대회 출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바르샤의 법률가들이 어떤 논리를 내세울지는 몰라도 ‘예외를 인정하는 순간 질서가 무너진다’고 보는 FIFA의 방침을 무너뜨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2013년 현재 15∼16세인 이들이 현실적으로 선택 가능한 방법은 훈련과 연습경기, 1년에 한 두 차례의 비공식대회를 소화하며 만 18세가 될 때까지 기다리든지 아니면 국내외 유턴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공식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 기량 저하가 불 보듯 뻔하고, 그렇다고 국내로 유턴하기에는 그동안 들인 노력이 너무 아까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다.

나 역시 아픈 경험들을 수차례 했기에 이들의 처지가 남의 일 같지 않다. 91년생으로 지금은 성인이 된 남태희(카타르 레퀴야)와 이용재(프랑스 FC 낭트) 역시 FIFA의 불허로 잉글랜드 클럽 입단이 무산된 적이 있다. 대한축구협회의 유망주로 선정돼 각각 레딩과 왓포드 FC에서 1년간 유학한 후 17세 되던 해 해당 클럽들로부터 공식계약을 제의받았으나 ‘18세 미만 국제이적 금지 불허’라는 FIFA의 방침을 뒤집지 못했다. 이후 이들은 만 18세가 되기를 기다렸다가 각각 프랑스 발랑시엔과 낭트에 둥지를 틀었다.

또 하나의 사례는 FC낭트와 프로계약을 앞두고 있는 J선수다. 올해 18세로 프로계약에 걸림돌이 없어졌으나 J가 공식리그에 출전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년 전이다. 부모와 남동생 등 가족 모두 프랑스로 이민을 떠난 건 2010년 10월. 자동차 엔지니어인 아버지가 직업을 얻고 거처를 마련하고 동생이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지만 FIFA로부터 국제이적 승인이 떨어지기까지 한차례 실패를 겪으며 2년을 기다려야 했다. FIFA로부터 18세 미만, 그것도 비유럽권 선수의 국제이적을 승인 받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바르셀로나 유소년 선수들에 대한 FIFA의 제재는 ‘예고된 참사’라고 생각한다. 스페인은 그동안 나머지 유럽국가에 비해 FIFA 규정을 느슨하게 적용해온 측면이 있다. 우리 유소년들이 선수등록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분위기 덕택이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일이 터졌다. 자녀들의 조기유학을 꿈꾸는 부모들에게 이번 사례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주)지쎈 사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