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이젠 ‘쿠르드의 봄’을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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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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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국가 꿈꾸는 이라크내 쿠르드족
2003년 후세인 몰락후 정치-사회 안정… 최근 터키와 손잡고 경제도 급성장

“중동에서는 이제 ‘아랍의 봄’ 대신 ‘쿠르드의 봄’이 주목받고 있다.”(워싱턴포스트)

이라크 내 쿠르드족이 경제·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이 독립국가를 건설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이라크 쿠르드 자치지역에서는 자유와 번영이 움트기 시작했다”며 “치안은 안정돼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전과 공항 등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도 “쿠르드족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치안과 질서 속에서 경제적 부를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이라크 쿠르드족이 사담 후세인 시절 탄압을 받으며 처참한 삶을 살았던 것과는 대비된다. 후세인은 24년간 이라크를 통치하면서 자신의 장기 집권에 반대했던 쿠르드족을 10만 명이나 학살했고 쿠르드족 100만 명은 집을 잃고 난민이 됐다.

2003년 후세인 정권이 붕괴된 이후 쿠르드 지역의 경제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에 따르면 지난해 이 지역의 경제성장률은 약 12%에 이른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 지역의 국내총생산(GDP)은 2003년 이후 10배나 늘어났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안정을 누리고 있다. 쿠르드자치정부는 “2003년 3월 미군의 공격 이후 쿠르드 자치지역에서는 단 한 명의 연합군 군인도 사망하지 않고, 외국인 납치도 없었다”고 밝혔다. 1994∼1997년 내전을 벌이는 등 앙숙관계였던 쿠르드 지역의 양대 세력 쿠르드애국동맹(PUK)과 쿠르드민주당(KDP)도 지금은 협력하며 정국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최근 터키와의 협력을 통해 이라크 쿠르드족은 경제적 도약을 꿈꾸고 있다. 30년 가까이 터키와 충돌해온 터키 내 쿠르드족 무장세력 쿠르드노동자당(PKK)이 지난달 휴전을 선언하면서 PKK를 지원했던 이라크 쿠르드족과 터키의 관계도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하루 30만 배럴의 석유를 수송할 수 있는 쿠르드 자치지역 내 타크타크 유전과 터키를 직접 잇는 송유관이 올 3분기(7∼9월)에 완공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쿠르드 자치지역에는 이라크 전체 석유 매장량 1150억 배럴의 3분의 1이 넘는 450억 배럴이 매장돼 있다. 하지만 송유관 관리권을 갖고 있는 중앙정부가 쿠르드 지역 석유 수출액의 83%를 가져가고 17%만 쿠르드자치정부에 분배하기 때문에 경제성장에 제한을 받았다. 쿠르드자치정부와 터키가 직접 관리하는 이 송유관이 완공되면 사정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이라크 쿠르드족이 독립국가를 건설할 여건이 성숙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라크의 시아파 정권 내에서는 ‘쿠르드의 독립을 용인하고 나머지 지역이라도 확실히 통치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 정권을 지지해온 시리아 시아파 정부의 몰락과 알카에다의 끊임없는 테러에 지쳐 쿠르드에까지 손을 뻗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아랍#쿠르드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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