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납품 채소업체,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적자 쌓여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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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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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김제 ‘천지원 농장’ 김병귀 사장 “재래상인보다 기업형 슈퍼만 덕 봐”
강제휴무 조치후 매장 철수 첫사례

대형마트에 입점해 매장 14곳을 운영하던 농산물생산업체가 매출 감소와 적자 누적을 견디다 못해 매장을 철수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업체는 월 2회 의무휴무 등 정부의 대형마트 영업 규제로 실적이 악화돼 매장을 철수했다고 밝혔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북 김제시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천지원 농장’은 강제 휴무로 인한 매출 급감과 인건비 부담, 재고 누적에 따른 상품성 하락 등을 이유로 2월 15일 롯데마트에서 매장을 철수했다. 연매출 30억 원대인 천지원 농장은 2000년대 초부터 롯데마트에 채소류를 납품하면서 친환경 농산물 매장 14곳을 운영해왔다. 매장이 철수하는 바람에 판매사원 28명 중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었다.

천지원 농장 김병귀 사장(53·사진)은 2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대형마트 영업 규제 이후 연 매출이 20% 줄고 2억 원가량의 적자를 보면서 빚만 생겼다”고 매장 철수 이유를 밝혔다. 채소는 주말 매출이 평일 매출보다 400% 이상 많다. 김 사장에 따르면 월 2회 주말 휴무는 평일로 치면 일주일 이상 쉬는 것과 맞먹는 매출 손실을 가져온다. 농장의 채소들은 계속 자라고 있는데 영업휴무로 출하를 못해 상품성이 하락하는 것도 문제였다. 천지원 농장은 대형마트에 대한 납품을 줄이고 학교급식 등 다른 판로를 알아보고 있다.

김 사장은 “우리는 직접 농사를 짓다 보니 사업을 털고 다른 수단을 찾을 수 있지만 판로 확보가 절실한 농산물 유통업체들은 손해를 보면서도 대형마트와 거래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재래시장 상인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나 자신도 가슴이 아프다”라며 “영업규제 자체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정책의 영향이 의도와 달리 엉뚱하게 나타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최근 늘고 있는 대기업 유통업체의 ‘상품 공급점’ 같은 곳이다. 현행법상 대형 유통업체가 직영하는 대기업슈퍼마켓(SSM)은 재래시장 반경 1km 이내에 신규 매장을 낼 수 없지만 ‘상품 공급점’은 개인사업자 소유의 슈퍼마켓에 상품을 공급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 아니다.

한편 대형마트 납품 농민과 입점상인 단체는 24일 시행되는 개정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해 “중소업체와 농어민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내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대형 유통업체가 회원사로 있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도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마트납품#대형마트 영업규제#강제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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