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00엔 눈앞… 日주가도 급등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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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低 당분간 가속… 연내 105엔 예상
수출경쟁력 살아나… 내수도 활기, 100엔 되면 한국 수출은 3.4% 감소

미국 워싱턴에서 18, 19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일본의 금융완화 정책을 용인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엔화 가치가 더욱 떨어져 달러당 100엔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주가도 치솟고 있다.

한국 경제는 엔-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던 100엔에 육박해 수출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수출경쟁력이 ‘엔저(円低)’를 등에 업고 살아나면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경기회복이 늦어지고 저성장 국면이 지속될 수 있어서다.

2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오전 한때 달러당 99.89엔으로 하락(엔-달러 환율은 상승)했다. 환율이 100엔을 돌파하면 2009년 4월 14일 달러당 100.11엔을 나타낸 후 약 4년 만이다. 리소나은행 오마타 마사토시(尾股正壽) 시니어클라이언트매니저는 “엔-달러 환율이 이달 내에 100엔을 돌파해 연말까지 105엔을 넘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보험사 등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로 자금을 내보내 엔화 약세가 가속될 것으로 시장이 보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일본 금융투자사들이 신흥국 사업을 강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의 무제한 통화 공급으로 신흥시장에서 리스크를 더 감수할 여력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증권시장에서 닛케이평균주가는 지난 주말 종가(13,316.48엔)보다 251.89엔(1.89%) 상승한 13,568.37엔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기업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지난해 세계 자동차 판매 1위를 탈환한 데 이어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에 5년 만의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최근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영업이익 개선 효과가 1400억 엔(약 1조5708억 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자들이 지갑을 열어 실물 경기에도 온기가 퍼지고 있다. 지난달 전국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동월 대비 3.9% 늘어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이는 2005년 9∼12월 4개월 연속 매출이 증가한 후 7년 만이다. 아베 정권의 정책 추진에도 자신감이 붙고 있다. 과거 농촌지역의 반발로 엄두를 못 내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를 공식 선언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는 엔화 약세로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면 7개 분기 연속 0%대에 머무르는 성장률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달 초 97엔이던 엔-달러 환율이 100엔이 되면 한국 기업의 수출은 3.4% 감소하고, 110엔까지 오르면 한국 기업의 수출은 11.4%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면서 경기부양에 온 힘을 기울이는 정부의 노력도 ‘엔저 폭탄’ 앞에서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게 된다.

금융시장의 충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엔화 약세로 인해 한국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외국인 자본이 벌써부터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엔-달러 환율이 100엔을 넘어선다면 이는 엔화 약세 현상이 중·장기화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대북 리스크가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엔화 약세까지 겹치면 수출경쟁력이 급속히 위축돼 한국 경기에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외환 시장 등도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배극인·박형준 특파원, 세종=유성열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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