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의 테러 응징 의지 보여준 하루 만의 범인 검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2일 03시 00분


미국의 평화로운 대학 도시에서 개최되는 보스턴 마라톤 축제를 피로 물들인 테러 용의자 형제가 범행 나흘 만에, 수사당국이 공개수사를 벌인 지 27시간 만에 붙잡혔다. 폭탄을 설치한 용의자 가운데 형 타메를란 차르나예프(26)는 경찰과 대치하던 중 숨졌고, 동생 조하르 차르나예프(19)는 부상을 입고 보스턴 인근 주택가인 워터타운에 숨어 있다가 생포됐다.

테러 용의자를 신속하게 찾아내고 체포할 수 있었던 것은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강력한 테러 응징 의지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테러가 발생하자마자 성명을 내고 “이번 테러 사건을 끝까지 파헤쳐 누가 왜 저질렀는지 반드시 밝혀내고, 책임이 있는 개인이나 단체에는 상응하는 정의의 무게를 느끼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테러 발발 이틀 뒤에는 사건 현장을 직접 방문해 테러와는 어떤 타협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테러 용의자에 대한 체포 작전은 007 영화를 방불케 하듯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이뤄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하루 종일 백악관에 머물면서 수사당국이 테러 용의자 형제를 추적하고 체포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다. 오바마 대통령 옆에는 에릭 홀더 법무장관과 존 케리 국무장관, 로버트 뮬러 FBI 국장, 리나 마르코 백악관 대(對)테러보좌관 등이 현장 상황을 계속 주시했다. 용의자 수색에 나선 수사당국은 적외선으로 생물체를 탐지할 수 있는 카메라를 장착한 블랙호크 헬기를 현장에 출동시켰다. 수백 명의 경찰과 FBI 요원은 용의자가 숨어 있는 주택가를 이 잡듯이 수색했다.

사건을 목격한 보스턴 시민들은 적극적인 제보에 나섰다. 목격자들은 사건 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찍은 동영상과 사진을 수사당국에 보내거나 인터넷에 올렸다. 누리꾼들은 스스로 동영상과 사진을 분석해 경찰이 수상한 인물을 찾아내는 데 도움을 주었다. 마라톤에 출전한 여자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결승선 근처에 있다가 테러로 두 다리를 잃은 제프 바우먼 씨(27)는 수술을 받고 마취 상태에서 깨어나자마자 사진에 찍힌 타메를란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보트 속에 피투성이 상태로 은신해 있던 조하르를 신고한 사람도 주민이었다.

수사당국은 시민이 보내준 자료와 함께 보스턴 마라톤의 결승선 주변에 있는 백화점과 인근 식당의 감시 카메라 영상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경찰과 시민의 일사불란한 노력이 합쳐져 테러 용의자를 빠르게 검거할 수 있었다. 북한의 전쟁과 테러 위협에 항상 노출돼 있는 우리도 테러 용의자를 찾아내는 미국과 미국인들의 강력한 의지에서 배울 점이 많다.
#미국 테러#보스턴 마라톤 축제#범인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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