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현오석 부총리 한달 ‘호된 신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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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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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에 막히고… 국회서 바뀌고…

황진영 경제부 기자
황진영 경제부 기자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다.

현 부총리를 수장으로 한 박근혜정부 경제팀은 ‘4·1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굵직한 대책을 신속하게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뚝심과 설득력을 통해 해당 정책이 국회에서 원안대로 통과되도록 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이 같은 평가의 빛이 일찌감치 바래고 있다. 한국은행의 정책 공조를 얻어내지 못한 것도 아픈 대목이다.

정부는 부동산 대책의 핵심인 양도소득세 적용 주택 기준과 관련해 ‘9억 원 이하이면서 국민주택 규모(85m²) 이하’로 발표했지만 비(非)강남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회에서 ‘전용면적 85m² 이하이거나 6억 원 이하인 주택’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부동산시장에서는 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 ‘세입경정 12조 원, 세출 추경 5조3000억 원’의 추경안 역시 여야정 협의 과정에서 ‘세입 10조 원, 세출 7조3000억 원’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경제부처의 한 국장은 “국회에 가자마자 바뀔 것 같으면 정부안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부총리의 리더십에도 상처가 났고 정부 정책의 신뢰도에도 금이 가게 생겼다”고 말했다.

한은과의 관계도 매끄럽지 못했다. 현 부총리는 추경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가 인하돼야 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한은은 금리를 연 2.75%로 동결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기 며칠 전 현 부총리는 김중수 총재와의 관계에 대해 “사적으로도 자주 만나고 연락한다”고 말했다. 경기고 선배인 김 총재의 ‘협조’를 낙관하는 듯한 발언이었지만 김 총재는 ‘후배’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를 두고 기재부 안팎에서는 “부총리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3%로 낮춘 것과 관련해서도 ‘말 바꾸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현 부총리는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직후 방송에 나와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지난 정부에서 상황을 잘 파악해서 경제를 전망했더라면…”이라며 전임자를 탓했다. 그러나 정작 3.0%의 성장률을 전망한 것은 그가 원장으로 재직했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이었다.

황진영 경제부 기자 buddy@donga.com
#현오석#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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