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 없애 정확도 높인 레이더 속속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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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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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는 멀리 떨어져 있어 볼 수 없는 물체를 전자파로 식별하는 장치다. 전자파를 쏜 후 물체에 맞고 돌아오는 신호를 분석해 탐지하는 원리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우주 관측에도 쓰이고 있다.

그러나 원치 않는 지형지물이나 물체를 탐지해 관측자에게 혼란을 주는 경우도 많다. ‘노이즈’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레이더의 성능을 낮춘다. 특히 남북 위기감이 높아지는 최근 산악 지형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낮은 고도로 침투하는 물체를 탐지하는 레이더 성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레이더 성능을 높일까. 바로 노이즈를 없애면 된다. 최근 미국 물리학자들은 ‘양자 조명’이란 기술을 이용해 레이더의 노이즈를 감소시키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방위산업체인 LIG넥스원도 노이즈 필터링 기술을 적용한 저고도 탐지 레이더 국산화에 성공하는 등 표적만 탐지하는 ‘레이더다운 레이더’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 전자파 2개를 동시에 쏜다

레이더에서 발생하는 노이즈의 원인은 다양하다. 표적이 아닌 물체나 열 덩어리, 심지어 레이더의 전자회로도 노이즈가 될 수 있다.

물리학자들은 2개의 전자파를 동시에 쏘면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같은 표적을 맞고 돌아온 2개의 전자파 패턴이 연관성이 높다면 노이즈가 아니란 말이다.

문제는 같은 특성을 지닌 전자파 2개를 동시에 쏘기가 쉽지 않다는 점. 그러나 이탈리아 토리노 소재 국립도량연구소 물리학자 마르코 제노베세 박사는 ‘양자 조명’이라는 기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제노베세 박사팀은 2개의 전자파를 만들기 위해 비선형 결정체를 이용했다. 레이저로 만든 빛을 결정체에 통과시켜 특성이 같은 2개의 전자파로 분리한 것이다. 그 다음 실제 물체에 쏜 후 원하는 표적과 노이즈에서 돌아오는 신호의 패턴을 분석한 결과 노이즈를 맞고 돌아오는 신호는 서로 연관성이 없다는 점을 알아냈다.

○ 저고도 탐지 레이더도 등장


노이즈를 없애기 위해서 도플러 효과를 응용하기도 한다. 멀리서 들리는 기차의 경적 소리와 바로 옆에서 듣는 기차의 경적 소리는 다르다. 관찰자와 소리를 내는 물체의 거리에 따라 소리의 파동이 다르다는 것이 바로 도플러 효과다. 움직이는 물체가 표적이고, 멈춰 있는 물체가 노이즈라면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정확히 표적과 노이즈를 구분할 수 있다.

최근 LIG넥스원이 국산화에 성공한 ‘저고도 탐지 레이더’는 이 현상을 이용했다. 산처럼 제자리에 있는 물체는 노이즈로 판별하고, 움직이는 저고도 물체를 표적으로 탐지하는 기술이다.

LIG넥스원이 개발한 저고도 탐지 레이더는 탐지 거리가 200km에 달하는 중거리 레이더로 대공감시까지 가능하다. 특히 적 항공기의 위치와 높이를 한꺼번에 감지할 수 있는 3차원 탐지 기능도 갖추고 있다. LIG넥스원은 저고도 탐지 레이더를 내년까지 공군과 육군에 각각 4대, 1대씩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김수홍 LIG넥스원 연구위원은 “혼선돼 들어오는 노이즈 신호를 제거하는 데 도플러 효과를 이용했다”며 “복잡한 연산을 위해 고속병렬처리 컴퓨터와 제어프로그램을 모두 자체 개발했다”고 말했다.

김민수·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minsa@donga.com
#레이더#노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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