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외로움의 연극 ‘복덕가아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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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8일 13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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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연출가였던가. “혼자서 하루를 보내본 사람은 알지도 모른다. 혼자서 몇 달을 지내온 사람은 이해할 것이다. 혼자서 몇 년을 살아온 사람은 안다. 사람은, 외로워서 죽는다”라는 말을 했던 사람은.

그러고 보면 정말 사람은 외로워서 죽는지도 모른다. 외로움이 길어지고, 깊어지면 결국 사람은 외로워서 죽는 것이다. 외로움에 굶주려 죽는다.

‘복덕가아든’. 처음 제목만 들었을 때는 혼란스러웠다.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를 소재로 한 연극인가 싶기도 했다. 심지어 ‘복덕’과 ‘아든’의 오기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궁금증은 관련 자료를 읽으면서도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한 존 스타인벡의 소설 ‘생쥐와 인간’을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각색을 한 작품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정도를 읽고서 ‘생쥐’와 ‘복덕’을 명쾌하게 연계시킬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심이 든다.

대학로의 키작은소나무극장은 이름처럼 작은 공연장이었다. 여섯 명 정도가 앉으면 꽉 찰 듯한 긴 의자가 양 옆으로 하나씩. 앞에서부터 모두 여섯 열. 그러니까 객석이 꽉 차도 100명이 못 들어갈 공간이다. 이쯤 되면 관객들은 무대 앞이 아니라 안에 앉아서 관람하는 ‘입체감’마저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극의 주인공은 두 사람이다. 그 중 한 명은 ‘거구에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지난 덕삼’이라고 프로그램에 소개되어 있다. 사실은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정신 장애인이다. 덕삼 역을 맡은 배우(권동호)는 덕삼을 발달장애와 뇌성마비의 특성을 섞어놓은 듯한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덕삼과 덕삼의 보호자이자 친구인 영복(윤찬호 분)이 일자리를 찾아 강원도 탄광촌으로 향하는 데에서 극은 시작된다.
이 작품은 두 사람이 탄광촌에서 겪는 에피소드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나쁜 놈도 있고 좋은 놈도 있다. 남자가 있고 여자가 있다. 그리고 모두 외롭다.

지긋지긋한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누구는 술을 마시고, 누구는 하룻밤 여자를 품기 위해 역전으로 간다. 누구는 거울을 향해 주먹질을 한다. 연예인의 꿈을 버리지 못해 남편 몰래 가방을 싼다.

‘복덕가아든’은 뒤끝이 개운한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보고나면 어쩐 일인지 안도감이 밀려온다. ‘타인의 외로움이 나의 외로움을 위로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간만에 본 재미있는 소극장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다. 한번쯤 방문해 보고 싶었던 공연장이기도 했다.
‘사람 옆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끝으로 잊기 전에 알려 드려야겠다. ‘복덕가아든’은 ‘복덕가든’의 촌스러운 표기라고 보면 된다. 영복과 덕삼은 탄광천에서 한 밑천 잡아 ‘복덕가든’이라는 음식점을 내는 것이 꿈이다. 오리고기, 돼지 삼겹살을 팔고 비가 오면 부침개를 부친다. 마당에는 토끼를 놓아기르는 곳. ‘복덕가든’은 두 사람이 고단한 삶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버팀목이다.
‘복덕가든’의 ‘복덕’은 영복과 덕삼의 이름에서 한 자씩 따다 붙였다.

연극 ‘복덕가아든’은 4월 28일까지 대학로 혜화로터리 근처에 있는 ‘키작은소나무극장’에서 공연한다. 진짜 작은 극장이라 간판이 눈에 잘 띄지 않을 수 있으니 잘 찾아보시길. 전석 2만원. (공연문의 070-8154-9944)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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