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한결같은 ‘성실맨’… 우승반지 3개로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 모비스 우승 이끈 MVP 양동근

모비스 양동근(32)이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SK와의 2012∼2013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4차전 4쿼터 종료 3분 18초를 남기고 자신의 5번째 3점슛을 성공시킨 직후였다. 모비스와 SK의 점수차는 20점으로 벌어졌다. SK가 작전시간을 요청하자 우승을 확신한 동료들이 양동근을 끌어안았다.

양동근은 이날 혼자서 29점을 폭발시켰다. 기자단 투표 결과 만장일치인 78표를 얻어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양동근은 “3차전에서 너무 못해 ‘내일은 넣을게. 진짜 내일은 슛이 들어갈 거야’라고 동료들한테 말했다. 이런 상까지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양동근은 2006∼2007시즌에 이어 두 번째로 챔프전 MVP가 됐다.

마지막 4차전을 제외하면 양동근의 활약은 그다지 돋보이지 않았다. 1∼3차전에서 경기당 평균 9.3득점, 4.3리바운드, 4.3도움. 득점은 오히려 후배 가드 김시래(11.3득점)보다 적었다. 하지만 그는 일찌감치 가장 유력한 MVP 후보로 꼽혔다. 1차전에서 경기 종료 1분 15초를 남기고 역전 3점포를 터뜨리며 SK의 기선을 제압한 덕분이다.

양동근은 모비스가 플레이오프 전승으로 우승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내가 MVP를 준다고 해도 양동근이다. 그는 위대한 선수다”라며 “특히 1차전 후반에 양동근이 우리 쪽으로 흐름을 가져오면서 가장 중요한 첫 단추를 잘 끼울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양동근의 가장 큰 장점은 성실함이다. 프로 9년차인 그는 신인 시절부터 농구 일기를 써왔다. 지금도 그의 노트에는 유 감독으로부터 전수받은 수백 가지 전술이 빼곡히 적혀있다. 농구뿐만 아니라 자기개발에도 열심이다. 외국인 선수 통역원 출신 이도현 홍보팀 과장은 “양동근의 부탁으로 가끔씩 영어회화를 가르친다. 그의 방 벽에는 농구와 관련된 메모와 각종 명언들이 붙어있다. 내가 본 선수들 가운데 가장 성실하다”고 말했다.

양동근은 2006∼2007, 2009∼2010시즌 모비스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이번 우승으로 그의 챔피언 반지는 3개로 늘었다. “아직 여드름 관리를 할 정도로 젊다”는 양동근은 추승균의 플레이오프 최다 우승 기록(5회)에 가장 가까이 다가섰다.

울산=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양동근#프로농구#MVP#모비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