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못보는 그녀, 장애인의 빛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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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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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국무총리 표창 받는 김정미 부산 해운대자립센터 소장

김정미 소장(뒷줄 가운데)과 부산 해운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직원들. 이들의 꿈은 더 많은 장애인들이 자립해 재능을 펼치며 사는 것이다. 해운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제공
김정미 소장(뒷줄 가운데)과 부산 해운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직원들. 이들의 꿈은 더 많은 장애인들이 자립해 재능을 펼치며 사는 것이다. 해운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제공
소아당뇨, 실명, 결핵, 만성신부전…. 김정미 부산 해운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35·여)의 인생엔 질병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시각장애 1급, 신장장애 2급인 장애인.

김 소장의 아버지는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그에게 생긴 고엽제 후유증은 딸에게 유전됐다. 아버지는 늘 다리 신경이 아프다고 했다.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똑같은 증상을 김 소장도 앓았다. 다리 통증이 심해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어머니 혼자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했다. 식당에서 일하거나 건강식품을 팔았다.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늘 애썼지만 가난을 면하지는 못했다.

김 소장은 11세 때 소아당뇨를 진단받았다. 인슐린 주사를 자주 맞아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김 소장에게 또 다른 질병이 생겼다. 24세 때 시력이 갑자기 악화됐다. 순식간에 실명에 이르렀다. 빛조차 감지할 수 없게 됐다. 시각장애 1급. 충격을 받아 우울증에 걸렸다. 6개월간 방에만 틀어박혀서 외출하지 않았다.

방에 홀로 있을 때 취미로 다른 시각장애인과의 인터넷 채팅을 시작했다. 어느 날 시각·청각·언어장애를 앓는 사람과 얘기했다. 어쩌다 보니 통화도 하게 됐다. 김 소장은 힘든 점을 털어놨다. 그는 김 소장에게 “힘을 내라”면서 기타를 치며 전화로 노래를 불러줬다.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었고 음정이 이상했지만 김 소장은 생각했다. “저런 상황에서도 타인을 위로해주는데 나도 희망을 가져야겠다.” 그는 비로소 은둔생활을 청산했다.

이때부터 복지관을 다니면서 컴퓨터와 안마를 배웠다. 사이버대에 편입해서 사회복지사 자격증까지 땄다. 절망은 그를 쉽사리 놓아주지 않았다. 결핵과 만성신부전이 29세 때 발병했다. 김 소장은 낙심하지 않았다. 안마를 하면서 모은 돈으로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열었다. 자신과 같은 장애인이 사회에 나와서 당당하게 자립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사무실은 지인이 그냥 빌려줬다.

김 소장은 장애인이 모여 수영과 등산을 하고, 오카리나와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공연을 하는 축제도 열었다. 장애인에게 불편한 점은 무엇인지를 조사하고, 개선할 점을 기관에 요구하는 모니터링도 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해 보건복지부는 제33회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맞아 18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준다. 다음은 수상자 명단.

▽국민훈장=신정순 한국뇌성마비복지회 명예회장(86·모란장), 선동윤 에이블복지재단 이사장(55·목련장), 고 임성만 전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석류장), 배춘국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경남지부 하동군지회장(65·석류장)

▽국민포장=이상식 한국지체장애인협회 경남협회장(60), 박헌수 마음건강복지재단 대표이사(55), 강충걸 부산시 국제장애인협의회 사무총장(63)

▽대통령 표창=고은실 한국장애인연맹 제주DPI 회장(50), 한승동 한국농아인협회 충북협회 후원회장(75), 이두한 충남 부여군 지방행정사무관(56), 이성영 부산시 지방행정사무관(58), 문형근 한국의지보조기협회장(56)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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