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 인간유전자 특허 ‘세기의 재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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贊 “특허로 수익 보장해야 연구 계속”
反 “공동연구-치료제 개발 가로막아”

‘인간 유전자가 특허 대상이 될 수 있는가.’

미국 대법원이 15일 생명유전공학 발전과 관련해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논쟁에 대해 ‘역사적 판단’을 위한 변론을 시작한다고 로이터통신 등 미 언론이 14일 보도했다.

이번 소송은 해리슨 포드 주연의 영화 ‘에어포스 원’을 제작하기도 한 할리우드의 영화감독으로 자폐증 아들을 둔 존 셰스택 씨의 사연이 발단이 됐다. 그는 1999년 어떤 유전자 변화가 자폐증을 불러오는지 알아내기 위해 유전공학 연구원들에게 ‘당신들이 보유한 유전자 샘플을 모아서 자폐증의 원인을 파악해 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연구원들은 “우리가 찾아낸 유전자 샘플은 곧 특허를 신청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연구팀과 함께 결과를 공유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이 사건으로 미국시민자유연맹과 공공특허재단은 “인간 유전자를 특허로 규정해 치료제 개발을 막는 것은 범죄행위”라며 유방암 관련 유전자 특허를 갖고 있는 미리어드사를 상대로 2009년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법원은 무효 판결을 내렸지만 항소법원은 “특허는 인정되어야 한다”며 1심 판결을 뒤집어 최종심인 대법원까지 왔다.

특허를 찬성하는 쪽은 주로 유전공학 기업들이다. 이들은 “특허를 통해 수익화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굳이 연구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전공학 카운슬러, 암 투병환자, 유방암 관련 시민단체, 15만여 명의 유전공학자들과 임상학자 및 연구원으로 구성된 연합체는 “특허로 인해 공동연구가 어려워지고 있으며 치료제 개발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인간 유전자는 자연의 일종인데 자연을 특허에 포함시킨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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