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 고구려비 문체 너무 세련? 한자-유교서적 일찍 습득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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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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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서 작성 中학자, 위조설 보고

중국 지린(吉林) 성 지안(集安) 고구려비에 대한 중국 측 공식 연구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중국학자들이 13일 국내 학술회의에 참석해 비석 위조설을 강력히 반박했다.

겅톄화(耿鐵華) 퉁화(通化)사범학원 고구려연구원 교수와 쑨런제(孫仁杰) 지안박물관 연구원은 13일 서울 고려대에서 한국고대사학회 주최로 열린 ‘신발견 지안 고구려비 종합 검토’ 학술회의에 참석했다. 이들은 역사 왜곡 논란을 불러온 동북공정에 참여한 고구려사 전문가. 이날 이들은 특정 단체의 대표 자격이 아닌 개인적 의견을 발표하러 왔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동안 고대사와 관련해 중국학자들이 한국 학계의 초청에 거의 응하지 않았던 점과 비교하면 양국의 학술 교류가 진전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겅 교수는 국내 일각에서 ‘제2의 동북공정을 위해 비석을 위조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데 대해 “비석의 진실성은 부인할 수 없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비문이 고구려 문체라고 보기엔 너무 매끄럽다는 지적에 대해 “고구려인은 일찍부터 한자와 유교경전을 습득해 문체가 간결하면서도 내용이 풍부한 문장을 기술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말했다. 또 고구려는 7세기경 도교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보다 훨씬 이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비석에 도교의 관용적 표현인 ‘천도자승(天道自承)’이란 문구가 나온 데 대해서도 “‘천도’는 도교 전문용어가 아니며 이전부터 널리 사용됐다”고 밝혔다.

중국 연구보고서는 비석의 건립 주체를 광개토대왕으로 보고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고구려비로 결론을 내렸지만, 중국학자들 사이에 여전히 의견이 엇갈렸다. 겅 교수는 “광개토왕이 부왕인 고국양왕을 위해 건립했다”고 밝힌 반면 쑨 연구원은 “비석에서 선성(先聖)이라는 표현은 광개토왕을 가리키며, 장수왕이 부왕의 공훈을 기려 세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과 함께 연구에 참여한 장푸유(張福有) 지린 성 사회과학원 부원장이 최근 중국문물신식(정보)망을 통해 ‘정묘(丁卯)라는 글씨를 판독했으며, 장수왕이 427년 정묘년에 건립한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선 두 사람은 모두 “비석에 ‘정묘’라는 글씨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회의장은 학자와 학생 200여 명으로 일찌감치 가득 차 지안 고구려비에 대한 열띤 관심을 드러냈다. 양국의 학술 교류가 어렵게 성사된 만큼 한국 측은 중국학자들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분위기였다. 중국의 지안 고구려비 연구보고서에서 중국 고대 민족을 고구려의 건국 주체로 보는 동북공정 주장을 담은 데 대한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종합토론에서 김영하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지안 고구려비의 위작 가능성이 나온 현실적 배경으로 ‘제2의 동북공정’이 제기될 만큼 그동안 양국 학계에 심각한 갈등이 있었던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그동안 중국 학계의 행위가 위작 시비를 자초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지안 고구려비#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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