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쿠엔틴과 충돌 그레인키 쇄골골절 치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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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3일 07시 00분


류현진. 스포츠동아DB
류현진. 스포츠동아DB
■ 다저스-SD전을 통해 본 벤치 클리어링

중심타자·에이스·머리 등엔 빈볼 제외
불문율의 기준 애매모호 충돌위험 상존

슬럼프 중인 켐프 머리 겨눈 위협구 발단
다저스 주축투수 6주 진단 치명적인 손실
류현진도 두차례 뛰어나와 동료애 과시

벤치 클리어링은 분명 스포츠정신에 어긋나지만, 불문율을 지키지 않아 격해지지만 않는다면 관중에게는 특별한 볼거리다. 팀원들이 하나로 똘똘 뭉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단체종목 중 가장 격렬한 스포츠로 꼽히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선 1대1일 경우 한쪽이 쓰러질 때까지 주먹다짐을 허용하기도 한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에는 공통적으로 팬들의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불문율이 존재한다. 규칙이 아닌 불문율이기 때문에 항상 그 경계는 모호하다. 그래서 빈볼과 벤치 클리어링이 상존한다.

○그라운드로 뛰어든 빅리그 신인 류현진

메이저리그 새내기 류현진(26)이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벤치 클리어링을 경험했다. 격렬한 충돌의 중심에 있지는 않았지만, 빅리그에서 신인이란 사실을 고려하면 꽤나 적극적으로 동료들과 힘을 합쳤다. 다저스는 12일(한국시간) 펫코파크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원정경기를 치렀다. 다저스 선발투수 잭 그레인키는 2-1로 앞선 6회말 볼카운트 3B-2S서 파드리스 3번타자 카를로스 쿠엔틴의 왼팔을 맞혔다. 쿠엔틴은 마운드로 뛰어나갔고, 그레인키는 물러서지 않고 충돌했다. 즉각 양 팀의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쏟아졌다. 통상적으로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나면 완력이 좋은 야수들이 선두에 선다. 류현진은 팀 내서 비중 있는 선발투수지만, 양 팀 선수들이 뒤엉켜있는 중심을 둘러싸며 팀원으로서 역할을 다했다. 1차 충돌이 가까스로 수습된 뒤 다저스 제리 헤어스턴 주니어가 다시 파드리스 덕아웃으로 돌진해 2차 충돌이 빚어졌다. 류현진도 다시 그라운드로 뛰어나왔다.

○동업자 정신이 필수인 벤치 클리어링

이날 다저스와 파드리스의 충돌은 일반적인 벤치 클리어링보다 훨씬 격렬했다. 총 4명이 퇴장을 당했고, 다저스 마운드의 기둥인 그레인키는 쇄골이 부러져 최소 6주간 뛸 수 없게 됐다. 투수와 타자가 충돌했을 때 양 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뛰어나가는 것은 동료를 지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다저스는 선발투수가 난투극의 와중에 큰 부상을 당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1회 파드리스 선발 제이슨 마키가 슬럼프를 겪고 있는 다저스 3번타자 맷 켐프의 머리 쪽으로 위협구를 던진 데 대해 6회 다저스가 보복하면서 발생한 이날의 벤치 클리어링은 양 팀, 특히 다저스에 치명상을 남겼다.

○벤치 클리어링은 왜 일어나나?

‘점수차가 크게 벌어졌을 때는 도루를 시도하지 않는다’, ‘상대의 사인을 훔쳐보지 않는다’, ‘상대를 불쾌하게 만드는 과도한 세리머니는 금물이다’ 등은 야구의 대표적 불문율이다. 이런 불문율이 존재하는 이유는 시속 150km의 빠른 공을 주고받으며 경기를 치르는 만큼 선수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성이 야구에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벤치 클리어링의 전 단계인 빈볼은 보통 이 같은 불문율이 깨졌을 때 일어난다. 현역시절 나이차가 큰 후배 투수와 몸싸움을 하며 벤치 클리어링을 촉발시켰던 국내프로야구의 한 코치는 “2루타를 치고 나가 포수의 사인이 보여 슬쩍 동료 타자에게 알려준 적이 있다. 상대팀이 눈치 챈 것 같아 ‘빈볼이 날아오겠구나’ 싶었는데, 공이 연속해서 머리로 와서 어쩔 수 없이 뛰어나갔다”고 털어놓았다.

○빈볼과 벤치 클리어링에도 불문율이 있다!

보복 수단인 빈볼에는 ‘머리나 팔꿈치 등 위험한 부위로는 던지지 않는다’, ‘상대 중심타자에게는 던지지 않는다’ 등의 불문율이 다시 따른다. 그라운드의 불문율이 깨져 빈볼이 오가고 다시 빈볼의 불문율이 어긋나면 벤치 클리어링으로 확대된다. 그러나 벤치 클리어링 때도 꼭 지켜야 할 암묵적 룰이 있다. 메이저리그뿐 아니라 국내프로야구에서도 벤치 클리어링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동료를 보호하지 않은 선수에게는 선수단 자체적으로 벌금을 내게 한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다음 경기 선발투수는 조금 소극적이어도 괜찮고, 상대방도 웬만하면 공격하지 않는다.

미국 블리처리포트는 1999년 박찬호(당시 LA 다저스)의 이단 옆차기를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용서할 수 없는 행동 44위로 선정했다. 그만큼 상대에게 큰 부상을 일으킬 수 있는 격한 난투는 자제해야 한다. 벤치 클리어링은 양 팀의 앙금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효과를 낳기도 하는데, 한쪽이 부상을 당하면 더 큰 감정싸움으로 치닫게 된다. 이날 다저스와 파드리스의 벤치 클리어링에선 결국 그레인키가 크게 다친 만큼 앞으로 양 팀의 대결은 더욱 뜨거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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