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쓰는 HE-스토리] 홍석한 “기록보다 성실함으로 기억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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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3일 07시 00분


“그가 정말 대단한 것은 440승의 통산 최다승보다 13년 동안 한번도 특선급에서 탈락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의 평가처럼 홍석한은 철저한 자기관리로 한국 경륜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그가 정말 대단한 것은 440승의 통산 최다승보다 13년 동안 한번도 특선급에서 탈락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의 평가처럼 홍석한은 철저한 자기관리로 한국 경륜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 경륜 ‘최다승 사나이’ 홍석한

7명의 선수가 333.3m의 타원형 트랙을 여섯 바퀴 돌며 승부를 가리는 경륜. 매 경주 나름의 전략을 갖고 나온 선수들끼리 두뇌싸움이 벌어진다. 학연과 친분에 따라 끌어주고 돕는 협력플레이가 있고, 좋은 자리를 잡으려는 치열한 몸싸움에서 밀린 선수가 자전거에서 떨어지면서 순식간에 낙오한다. 벨로드롬이 인간 세상에 비유되는 이유다. 하지만 경주가 끝나면 이 모든 ‘스토리’는 사라지고 오직 ‘순위’만 남는다. 스포츠동아는 이번 주부터 벨로드롬 트랙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선수들의 숨은 이야기를 담은 ‘두 바퀴로 쓰는 HE-스토리’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최초 440승 돌파…선수생활 12년만에 금자탑
“2001년 첫 경주 팬들의 질타가 최다승 원동력”


7일 광명 스피돔에서 열린 13경주. 뒤에서 기회를 엿보던 홍석한(38세·8기·특선급)이 두 바퀴가 남았을 때 무서운 속도로 치달으며 선두로 나섰다. 일단 선두로 나서자 홍석한은 다른 선수들의 추월을 허용하지 않고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한국 경륜 첫 개인통산 440승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2001년 2위로 훈련원을 졸업하고 프로 경륜선수의 길에 접어든지 12년 만에 이룬 금자탑이다. 우승할 때마다 한국 경륜의 역사를 다시 쓰는 ‘최다승의 사나이’ 홍석한을 만났다.

- 경륜 최초 개인통산 440승을 축하한다. 목표는 500승인가.

“경륜 선수라면 모두가 꿈꾸는 그랑프리 챔피언을 두 번(2002·2008) 했다. 500승, 600승의 기록욕심 보다 ‘성실성 하나로 최다승을 달린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 어떻게 사이클과 인연을 맺었나.

“초등학교 때 맞은 주사가 잘못돼 한쪽 다리를 신경마비로 쓰지 못했다. 의사가 꾸준한 운동을 해야 나을 수 있다고 해서 자전거를 타게 됐다. 그러다 두 바퀴의 매력에 푹 빠져 다리가 나은 뒤에 사이클에 입문하게 됐다.”

- 평소 훈련과 즐겨 쓰는 레이스 전략은.

“일주일 중 3일은 유성팀과 단체훈련을 하고 틈틈이 개인훈련을 한다. 지금까지는 주로 추입 작전을 많이 펼쳤는데 앞으로는 선행과 젖히기도 구사해 경륜팬이 레이스를 보는 재미를 높여줄 계획이다.”

- 이제 경륜선수 13년차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주가 있다면….

“2001년 첫 경주가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는 잠실 벨로드롬에서 경주를 했는데, 트랙에 들어섰을 때 생각보다 관중이 많았다. 얼마나 긴장이 되던지…. 훈련원 2등 졸업생이라 팬의 기대가 컸는데 선행으로 달리다 3착에 그쳤다. 경기장을 나오는데 야유가 쏟아졌다. 그때 받은 질타가 최다승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

- 최근 특선급의 분위기와 강자로 꼽는 선수는?

“젊은 선수들의 파워경륜이 대세다. 그 중심에 인치환, 이명현, 노태경, 박병하 선수가 있다. 실리 위주의 짧은 승부를 선호하는 후배들도 있는데 이 기회를 통해 조언하고 싶다. 입상에 급급해 추입만 고집한다면 기량이 늘지 않는다. 젊은 선수라면 선행으로 레이스를 주도하며 차근차근 성장하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홍석한 선수를 데뷔 때부터 지켜본 박정우 경륜위너스 예상부장은 “그의 최다승은 ‘경륜의 꽃’으로 불리는 특선급을 꾸준히 유지하며 세운 기록이라 더 가치가 높다”며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실한 훈련태도는 후배들의 배워야 할 교과서다”고 평가했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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