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시장 고객에 주차장 개방하는 백화점의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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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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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백화점 대구점-번개시장 화제

롯데백화점과 번개시장의 상생 사업이 빛을 내고 있다. 사진은 2월 백화점 직원들이 퇴근길 시장 장보기를 하는 모습. 롯데백화점 대구점 제공
롯데백화점과 번개시장의 상생 사업이 빛을 내고 있다. 사진은 2월 백화점 직원들이 퇴근길 시장 장보기를 하는 모습. 롯데백화점 대구점 제공
“손님들이 백화점처럼 친절하다고 하더군요. 요즘 장사할 맛이 납니다.”

대구 중구 태평로1가 번개시장 허애자 상인연합회 회장(51)은 11일 “롯데백화점 대구점과 협력 사업을 한 뒤부터 젊은 손님이 늘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시장에 활력이 넘친다. 상인 얼굴 표정도 예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져 손님들이 좋아한다”고 전했다.

번개시장 상인들은 틈날 때마다 백화점 교육장에서 친절서비스를 익힌다. 최근에는 시장 홍보 캐릭터 ‘일출이’도 만들었다. 해가 뜨는 모습처럼 매일 싱싱한 물건을 팔겠다는 취지다. 허 회장은 “백화점처럼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도입했는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과 인근 번개시장의 상생 노력이 효과를 내고 있다. 부족한 점을 서로 채우면서 매출이 함께 오르는 등 침체된 상권이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백화점 본사는 상생을 위한 모범 사례로 보고 이달부터 이 사업을 서울 부산 인천 대전 울산 등 전국 8개 지점으로 확대했다. 전통시장 활성화 기금 50억 원을 조성해 ‘활기차고 재미있는 전통시장 만들기’를 주제로 지원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대구점과 번개시장은 20여m 거리에 있다. 그럼에도 이용 고객층이 다르다는 생각에 서로 불편하게 여겼다. 백화점은 입구 노점 때문에 갈등을 빚었고 상인들은 백화점이 전통시장에 피해를 준다며 불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백화점 측이 지역상생연구회를 조직해 시장과 상생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두 곳이 편견을 허물고 이웃이 됐다. 협력사업은 △백화점 판매방식 교육 △주차장 등 시설 개방 △백화점 직원 전통시장 이용 등 세 가지. 매일 직원 10여 명이 퇴근길 번개시장에 들러 장보기를 한다. 최근에는 전통시장 상품권 300만 원어치도 구입했다. 백화점 식품매장은 시장에서 파는 품목은 할인행사를 자제하고 있다. 조만간 시장 손님은 백화점 주차장을 1시간 무료로 이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올해 번개시장 상인회는 그동안 미뤄왔던 아케이드(아치형 지붕)를 설치하는 등 환경개선 사업을 벌인다. 백화점처럼 쾌적한 쇼핑공간을 만들겠다는 것. 쇼핑백을 만들어 롯데백화점과 시장 캐릭터를 같이 넣어 홍보할 계획이다. 백화점과의 상생에 힘을 얻은 상인들이 스스로 아이디어를 짜낸 것이다. 인근 시장이 깨끗해지면 백화점 이미지도 좋아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본사 지원을 받아 협력사업을 확대한다. 환경과 위생, 안전 분야로 나눠 시장을 돕는다. 상인들 건강검진과 예식장 무료 대여, 자녀 장학금도 지급할 계획이다. 봉사동호회 교류도 시작해 우정을 쌓기로 했다. 백화점과 시장 봉사단체는 공동으로 홀몸노인과 저소득 가정에 도시락과 밑반찬 배달 봉사를 할 계획이다. 홍성호 대구점장(51)은 “최근 백화점과 시장을 같이 쇼핑하는 고객이 점차 늘면서 매출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상인들과 함께 동시 할인판매 같은 편리한 쇼핑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롯데백화점 대구점#번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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