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태성]창조는 ‘버리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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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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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성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윤태성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기업은 오랫동안 생존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소프트뱅크를 창업한 손정의 씨는 300년 가는 기업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는가이다. 그 해답은 ‘버리는 능력’에 있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요즘 시대의 화두인 ‘창조’와 그 맥이 연결돼 있다.

글로벌 슈퍼기업들을 보면 모두 버리는 능력이 탁월하다. 페이스북은 ‘사용자 익명성’을 버렸다. 그전까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업은 익명성을 미끼로 많은 사용자를 불러 모았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동종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여겨지던 익명성을 버렸다. 흔히 익명성을 버리면 사용자도 버린다고 생각되었지만 지금은 가장 많은 사용자를 가진 기업이 됐다. 흔히 창조라고 하면 생각지도 못한 대단한 발견이나 작품을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페이스북 등은 ‘버리는 것’에서 창조를 이끌어냈다.

세계적인 SPA(제조·유통을 일괄로 하는 의류업체) 브랜드 유니클로(일본)는 상표를 버렸다. 대부분의 의류제품은 상표를 크게 강조하며, 의류 외부의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상표를 배치한다. 그래서 명품가격의 절반은 상표가격이라고 한다. 유니클로의 상표는 옷에는 있지만 속을 뒤집어서 살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다. 애플은 다수의 소비자를 버렸다. 소수의 마니아만을 위한 제품을 개발하였으나 결과적으로 다수의 소비자를 얻었다. 이 기업들은 모두 동종 기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던 가치를 버림으로써 더 큰 것을 얻는 결과를 낳았다. 벤처에서 시작해서 글로벌 슈퍼기업이 된 것은 하나의 결과에 불과하다. 개인도 그렇다. 종교가는 마음을 버림으로써 마음을 크게 채운다. 그런데 ‘버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책상서랍을 하나 정리하더라도 버리는 것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서랍을 가득 채운 물건을 보면 아직도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있고 또 과거의 화려했던 기억을 가진 것도 있다. 그래서 버리지 못한다. 아직도 매출이 발생하고 있으며 한때는 잘 팔렸기 때문에 버리지 못하는 것과 같다.

2012년에 일본능률협회에서 한국 일본 기업이 생각하는 과제를 조사했는데 많은 한국 기업은 “매출 증가”라고 답하였으며 일본 기업들은 “이익 확보”라고 답하였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매출을 증가시켜 덩치를 키우려는 마음은 백번 이해한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은 덩치를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더해가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매출은 유지하면서 새로운 매출을 더하는 방법이다. 여기서도 매출을 올리고 저기서도 매출을 올리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현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버릴 수가 없다. 다른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는 없는 기능을 자꾸 더해가는 ‘플러스의 차별화’를 추진한다.

하지만 만약 버리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다른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있는 기능을 우리는 계속 버려서 마이너스의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다. 마이너스의 차별화는 선택과 집중과는 다른 철학이다. 기업이 선택과 집중을 하려면 동종 업계나 관련 기술을 조감하면서 전체의 판세를 읽고 요약하는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한곳을 선택한 후에 집중적으로 경영자원을 투입해 승부한다. 만약 요약을 잘못한다면 선택을 그르치게 되고 승부에서 패하게 된다.

이에 비해 마이너스의 차별화는 버리는 방식이다. 그것도 제품과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여겨지던 것을 버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기업의 핵심가치라고 생각하여 누구나 의심치 않던 것을 철저하게 버릴 줄 아는 사원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기업의 최종 제품은 사원이어야 한다. 기업은 버릴 줄 아는 사원을 만들고 이런 사원은 장수하는 기업을 만들기 때문이다.

윤태성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페이스북#익명성#유니클로#상표#사원#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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