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외현 조선협회장이 말하는 ‘한국조선업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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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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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터널 길이 10이라면, 이제 6 지나 친환경 기술로 中-日의 추격 뿌리쳐야”

김외현 한국조선협회 회장
김외현 한국조선협회 회장
“조선업 불황의 터널 길이를 ‘10’으로 본다면 이제 겨우 ‘6’ 정도를 지나고 있습니다. 침체에서 벗어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대형 폭풍우 속에서 힘든 항해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조선업계의 조타수는 침체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외현 신임 한국조선협회 회장(59·현대중공업 조선해양총괄 사장)은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조선시장이 막 바닥을 지나고 있지만 빠른 회복을 기대하긴 힘들다”며 이처럼 말했다. 향후 유럽 지역의 경기 회복과 금융시장 안정이 불확실한 만큼 국내 조선업계가 ‘U’자형의 회복을 보이기보다는 ‘L’자형의 장기 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취임한 김 회장은 “일본 조선사들은 불황기에 슬림화와 표준화 등 축소 지향적 정책을 펼쳤고, 결국 경쟁력 약화를 초래했다”며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국내 업체들은 해양플랜트 기자재의 국산화율을 높이고 고효율, 친환경 선박 등의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조선업계가 ‘엔저(円低)’라는 복병을 만나 앞으로 일본으로부터 강력한 도전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최근 가격경쟁력을 회복한 일본 조선사들이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국내 업체들의 주력시장을 넘보고 있다”며 “일본은 중국과 달리 기술력까지 보유하고 있어 추격 속도가 매우 빠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일본에선 IHI마린유나이티드와 유니버설조선이 올해 초 합병해 건조능력 세계 4위의 저팬마린유나이티드(JMU)가 탄생한 데 이어 미쓰비시중공업과 이마바리조선도 1일 ‘MI LNG’라는 합작사를 출범시켰다. 글로벌 경기불황 속에서 조선업계의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는 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 시장에서는 일본과 중국의 협공이 예상된다.

김 회장은 “일본은 국토교통성이 ‘해양산업 전략적 육성 종합대책’을 수립해 자국 조선소의 해양사업 진출을 지원하고 나섰다”며 “자국 해역에서 유전개발 등을 통해 경험을 축적해 온 중국도 올해부터 해양플랜트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조선사들이 친환경 선박 등 첨단기술이 집적된 분야에 집중 투자해 기술 격차를 더욱 벌려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새 정부 들어 부활한 해양수산부의 역할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해운과 항만 등 해양산업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조선업계로서도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김외현#조선협회장#조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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