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김정은의 치킨게임, 朴 대통령에겐 안 통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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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 기싸움서 밀리면 안돼”
대북특사 통한 국면전환 부정적… 개성공단 폐쇄까지 상정해 대비

박근혜 대통령은 계속되는 북한의 긴장 고조 행동에도 불구하고 단시일 내에 대북 특사나 대화 제의 등을 통해 급격하게 국면 전환을 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일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원칙을 지키며 일희일비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남북 관계의 틀을 만들어갈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북한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북한이 상당 기간 개성공단 출입을 막아 자연스레 공단이 폐쇄되는 상황에 대한 대책도 세워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우리가 먼저 개성공단을 유지해 달라고 북한에 요구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북한의 위협 전술에 대해 성공의 기억을 만들어주면 김정은은 앞으로 막가파가 된다”며 “북한과의 기 싸움에서 밀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단기 처방을 쓰지 않고 긴 호흡으로 가겠다는 청와대의 방침은 남북 간 도발과 타협이라는 악순환을 반복한다면 자연스레 북한의 핵개발이 용인되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동안 북한은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하고 이에 대한 유엔 안보리 규탄 성명이나 제재 조치가 발동하면 이를 빌미로 도발할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해 왔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전쟁에 대한 불안감에 지쳐 극적으로 타협하면 북한은 경제지원을 받는 상황이 되풀이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위기를 조장하고 극적으로 타결되는 과정에서 애초 위기의 원인인 북한 핵 문제는 사라지고 얼렁뚱땅 핵을 인정받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며 “지금 분위기에서 김정은이 핵까지 갖게 되는 상황은 안 된다.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는 이번 대치를 임기 초인 박근혜정부와 새로 정권을 잡은 김정은 간에 새로운 남북관계를 정립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생각도 강하다. 김정은에게 그동안 북한이 반복했던 벼랑 끝 전술이 성공하는 기억을 남겨둘 경우 앞으로 계속 북한에 끌려 다닐 수 있다는 것.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치킨 게임(배짱 게임)이 안 통하는 사람이라는 걸 김정은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북한이 변화의 길로 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환경 조성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발언이나 행위는 자제할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성공단도 우리가 폐쇄하겠다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선택은 북한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가 긴 호흡으로 남북관계를 이끄는 데 있어 가장 큰 부담은 국민 여론이다. 북한의 위협이 날로 거세지는 데 따른 전쟁에 대한 우려로 시장이 반응하고 국민과 기업의 불안감이 커지면 정부에 대한 압박이 커질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한 여론이 들썩거리면 북한의 협상력만 커진다”며 “언론도 여론도 정부를 신뢰하고 차분하게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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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북한#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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