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6자회담 합의 깨고 ‘핵무기 증강’ 모든 카드 꺼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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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라늄농축공장 등 영변 핵시설 재가동

北, 영변 핵시설 재가동
북한이 2일 영변의 5MW급 흑연감속로 재가동을 선언한 것은 ‘쓸 수 있는 핵카드는 다 꺼내 놓자’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대외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북한 원자력총국 대변인은 이날 “현존 핵시설들의 용도를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에 맞게 조절 변경해 나가기로 했다. 우라늄농축공장을 비롯한 영변의 모든 핵시설과 2007년 10월 가동을 중지하고 무력화했던 5MW 흑연감속로를 재정비, 재가동하는 조치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의 비핵화가 실현될 때까지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확대 강화해야 한다. 이런 사업들은 지체 없이 실행에 옮겨진다”며 핵물질 추가 생산 의지를 밝혔다.

북한은 2007년 6자회담의 ‘2·13합의’와 ‘10·3합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의 가동을 중단하고 흑연감속로의 냉각장치 등 주요 부품을 뜯어내는 ‘불능화 조치’를 취했다. 이듬해 8월에는 냉각탑을 폭파했다. 북한이 앞으로 흑연감속로를 재가동해 플루토늄을 다시 생산하면 현재 가동 중인 우라늄농축시설에서 나오는 고농축우라늄(HEU)과 함께 핵실험에 필요한 여분의 핵물질을 추가로 확보할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2008년 흑연감속로 가동을 중단할 때까지 약 40kg의 플루토늄(핵무기를 7개가량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을 생산했으나 이 중 상당 부분을 1∼3차 핵실험 때 소모한 것으로 추정해 왔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핵무력 건설을 위해 가능한 한 모든 능력을 전면 동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2008년 불능화 조치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만큼 흑연감속로 재가동까지 채 1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핵시설 재가동에 들어간 뒤 그 동결을 다시 협상카드로 사용하는 형태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도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조선반도(한반도)의 비핵화 실현과 조선반도 및 동북아 평화 안정 수호가 중국의 일관된 주장”이라며 “관련국들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조속히 대화와 협상의 궤도로 돌아와 함께 문제를 적절히 해결할 방법을 찾기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핵무력 건설’과 함께 병진 노선의 2대 축을 이루는 ‘경제 건설’을 위해 신임 박봉주 내각 총리와 가까운 인사를 중심으로 경제 관료를 교체했다. 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최고인민회의 12기 7차 회의는 화학공업상에 이무영 부총리를 임명했다. 이무영은 2003년 박봉주가 처음 총리로 승진했을 때 그의 후임으로 화학공업상에 임명됐다. 박봉주가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당 책임비서일 때 이무영은 이 기업 기사장(부지배인)을 지냈다. 강영수 도시경영상, 이춘삼 국가자원개발상, 김경준 국토환경보호상도 10년 전 박봉주가 처음 총리로 일할 때 인연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숭호·이정은 기자 shcho@donga.com
#북한#우라늄농축공장#핵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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