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하우스푸어? 그들은 집이라도 있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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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부동산 대책의 양면…경기회복 기대감 속 도덕적 해이 논란 확산

“집 없는 ‘진짜 서민’들의 지갑을 털어서 집 있는 사람들을 지원해 주는 게 말이 됩니까. 서민을 위한다는 새 정부가 이전 정권과 다른 점이 뭔가요. 이거야 원….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실하게 빚 갚아 나가는 사람이 바보 되는 나라예요.”

김유영 경제부 기자
김유영 경제부 기자
박근혜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나온 1일 한 시민은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내집빈곤층(하우스푸어)이 된 것은 개인의 책임인데, 굳이 나랏돈을 들여 지원해 줄 필요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번 대책은 여러 부처의 고민 끝에 나왔지만 집 없는 사람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을 부추기고 도덕적 해이 논란을 불러왔다는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을 갚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주택금융공사가 1조 원을 투입하는 게 대표적입니다. 대출자는 최장 10년간 대출이자만 내다가 원금을 나눠 갚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2023년까지 원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결혼 이후 10여 년째 전셋집을 전전한다는 김모 씨(42)는 “어차피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가계부채 대책이 새로 나오는데, 2023년엔 또 다른 선심성 대책이 나오지 않겠느냐”며 “무리하더라도 대출을 왕창 받아 집을 샀어야 했다”고 씁쓸해했습니다.

정부가 3개월 이상 원리금을 연체한 내집빈곤층의 주택 지분을 되사주는 제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주택 지분을 사들이면 집주인은 지분 값으로 돈을 받아 은행 빚을 많게는 전액 갚을 수 있게 됩니다.

대신 캠코의 보유 지분에 대해 임대료를 내고 살던 집에 계속 살 수 있습니다. 임대료는 기존 대출이자보다 낮게 책정되어 금융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정부가 내집빈곤층에 대한 원금 탕감은 없다고 못 박았는데도 인터넷은 들끓고 있습니다. 한 누리꾼은 “집값이 오르면 오르는 대로 돈 벌고 집값이 떨어져도 정부가 구제해 준다”며 “정부가 어떻게든 집을 사게 조장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무리하게 대출받아 집을 산 것은 당사자 책임인데 왜 국민의 혈세로 구제해 주느냐”며 “주식에 투자해 손해 보는 사람들도 정부가 책임을 져줄 것인지 궁금하다”고 꼬집었습니다.

내집빈곤층을 방치하면 가계부채가 부실화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정부는 사회 전체의 불만을 최소화하고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에 한해 지원하되 도덕적 해이는 철저히 차단해야 합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성실하게 빚을 갚고 있는 사람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반드시 지원받아야 할 사람을 걸러내고 연체의 질(質)에 따라 세분화된 지원책을 내놓는 동시에 자활 의지를 꼼꼼히 살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고용대책을 제대로 세워 저소득층의 부채 상환 능력을 높여야 가계부채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합니다. 새 정부가 집 없는 진짜 서민들의 박탈감을 염두에 둔다면 새겨들어야 할 대목입니다.

[채널A 영상]“집 사면 양도세 5년 면제”…朴 정부, 1일 부동산대책 발표


#부동산대책#하우스푸어#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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