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제동걸린 ‘반칙운전’ 장거리노선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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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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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교통안전 확보와 운전사 복지 증진을 위해 시행하려 했던 장거리 버스 노선의 단축이 일부 시의원과 주민의 반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장거리 노선의 운행시간은 4∼5시간이나 돼 운전사들이 빨리 운행을 마치기 위해 과속, 급출발을 일삼는 원인이 돼 왔다.

서울시는 2월 시내버스 16개 노선 중 661번, 420번, 150번, 500번, 410번(현재 121번) 등 장거리 노선 5개 일부 구간을 3월 19일부터 단축해 운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본보 확인 결과 이 중 150번(왕복 74km·126개 정류장)과 420번(왕복 45km·81개)은 1일 현재 단축되지 않고 원래대로 운영되고 있었다.

시는 당초 최대 왕복 5시간이 걸리는 150번(도봉구 도봉산∼금천구 시흥동 기아대교)을 도봉산∼구로디지털단지역으로 10km가량 단축 운행키로 했었다.

현재 150번 버스는 한 운전사가 4시간 운전을 하고 1시간을 쉰 뒤 다시 4시간 운전하는 방식으로 운행된다. 4시간 안에 왕복 운행을 마쳐야 20분가량 걸리는 가스 충전을 한 뒤 간단히 식사를 할 수 있다. 차가 밀려 5시간 가까이 걸리면 10분도 채 쉬지 못하고 바로 다시 운전을 나가야 한다는 것이 해당 버스 운전사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10분이라도 빨리 들어와 식사를 해결하거나 화장실에 가기 위해 급출발이나 과속, 신호 위반을 상습적으로 하게 된다는 것.

백가인 서울교통네트웍 노조위원장은 “차가 밀리면 휴식 시간이 10∼20분밖에 남지 않아 아예 식사를 못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빨리 운전을 마치기 위해 본의 아니게 정류장을 그냥 지나치는 ‘무정차 운행’을 하거나 승객에게 빨리 내리라고 다그치게 되는 등 불친절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강남구 개포동에서 전농동을 오가는 420번도 7km를 줄여 개포동에서 동대문구 용두사거리까지만 운행하려 했으나 역시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4∼5시간 운전하면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무의식적인 신호 위반이나 운전 부주의 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안전운행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금천구 지역 시의원과 일부 주민은 “150번 노선은 운행 횟수가 많고 밤늦게까지 다녀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던 노선이다. 금천구 대표 노선이 구로디지털단지역까지 줄면 주민들이 많은 불편을 호소할 것”이라며 노선 축소에 반대하고 있다.

서울버스가 준공영제여서 시가 노선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지만 주민이 노선 조정에 반대하면 실행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장거리 노선 단축 구간에 중복 노선이 있음에도 주민들이 환승이 불편하다며 노선 조정에 반대하는 경우가 많아 조정이 쉽지 않다”고 했다.

실제로 150번 노선 중 단축되는 구로디지털단지역∼기아대교 구간에는 다른 5개 버스 노선이 똑같이 겹친다. 420번 역시 단축 예정 구간인 용두사거리∼전농동 구간에 1개의 중복 노선이 있다. 시에 따르면 서울시내 버스(광역버스 제외) 중 왕복 거리 60km가 넘는 23개 노선 중 대다수가 타 노선과 중복돼 단축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국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시민들이 약간의 환승 불편을 겪더라도 장거리 노선을 정비하면 더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반칙운전#장거리 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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