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고강도… 항균… 대구 슈퍼섬유로 옛 명성 되찾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성재섬유, 안전화 소재 수출 타진
비에스지, 세균막는 환자복 개발

대구 달성군 논공읍 ㈜성재섬유는 산업 현장용 안전화의 내답판(발바닥을 보호하는 철판)을 섬유로 대체하는 기술을 최근 개발했다. 원단 두께가 3.3mm로 얇아 가볍고 부드럽지만 단단하기는 철판 못지않다. 안전화 기준인 무게 100kg을 견디고 못이나 송곳에 찔려도 발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폴리에스테르 원단을 이중으로 겹쳐 만든 새로운 산업용 섬유로 2년 동안 매달려 개발했다.

이 섬유소재는 그동안 유럽 등지에서 수입했다. 등산화에도 응용할 수 있어 다음 달 국내 주요 신발 제조업체들과 납품계약을 할 예정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안전기준을 통과하면 해외 수출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권성열 대표(54)는 “기존 3중 구조 제품을 2중으로 해결해 제품 단가를 낮췄다. 제품은 우수하고 가격 경쟁력이 충분해 수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섬유 기계 기술자였던 권 대표가 1992년 설립한 이 회사는 섬유 원단을 주로 생산했다. 1998년 외환위기 때 어려움을 겪으면서 산업용 섬유 쪽으로 눈을 돌렸다. ‘기술력이 생존이다’라는 목표를 세우고 연구개발에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 처음 개발한 산업용 섬유제품은 에어컨 필터. 대기업에 납품할 만큼 품질을 인정받았다.

이를 토대로 벌레를 막는 방충망과 비닐하우스용 섬유 덮개, 해안 제방 축조나 습지 매립에 쓰이는 건설자재(섬유튜브)도 개발했다. 직원은 10여 명이지만 그동안 개발한 산업용 섬유는 10가지가 넘는다. 최근에는 ㈜코오롱 협력업체로 선정돼 슈퍼섬유로 만드는 방탄복과 방탄헬멧도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연매출은 20억 원 수준으로 올해 50%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문이 꾸준히 늘어나 내년 상반기에는 테크노폴리스(달성군 현풍면) 산업단지로 확장 이전할 계획이다. 권 대표는 “산업용 소재 개발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부가가치가 높아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구에 산업용 섬유 개발 연구가 활발하다. 원사(실) 개발이나 원단 제조 기술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부족하지만 응용제품은 수출까지 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편이다.

대구 북구 노원동 ㈜비에스지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함께 기능성 메디컬(의료) 섬유제품을 개발했다. 은나노 입자를 넣은 환자복이나 침대덮개를 만들어 세균 감염을 막는 기능을 갖췄다. 최근에는 다이텍 연구원(옛 한국염색기술연구소)과 첨단 전투복 시제품을 완성했다. 적외선 야간 관측 장비에 노출되지 않고 뜨거운 열에도 견딜 수 있다. 폭발 같은 외부 충격에도 신체를 보호할 수 있다. 소방복과 전투경찰복, 비행복 등 응용 제품 생산도 가능하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다이텍 연구원 등은 2018년까지 1400여억 원을 들여 슈퍼섬유 융합사업을 육성한다. 원천 연구기설 확충을 위한 소재가공센터도 짓고 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은 대구 경북지역 산업용 섬유 수출이 2010년 1억5000만 달러(약 1600억 원)에서 2015년 4억5000만 달러(약 4900억 원)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춘식 원장은 “그동안 쌓은 섬유 기술과 업체들의 투자 확대에 따라 산업용 섬유 개발 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안전화#슈퍼섬유#성재섬유#비에스지#환자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