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정부, 진정한 미래 위해 ‘합방조약’ 무효화 선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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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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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계간지 ‘역사비평’ 100호 기념, 국내외 학자 14명 심층 설문

《진보 성향의 역사 계간지 ‘역사비평’이 31일 발간되는 가을호로 통권 100호를 맞는다. ‘역사비평’은 1987년 부정기 간행물인 무크지로 창간됐다. 100호 기념 특집으로는 국내외 역사학자 14명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주로 한국 근현대사 전공자를 대상으로 21세기 역사학의 과제, 앞으로 주목할 연구 주제 등 주관식 질문 7가지를 던졌다.》
최근 독도를 둘러싸고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앞으로 일제강점기에 대해 어떤 각도에서 성찰이 더 필요할까’를 질문한 점이 눈에 띈다.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는 “우리 땅과 일본 사이에 진정한 미래지향적 우호관계가 성립되려면, 양쪽 정부가 ‘합방’ 조약의 무효화를 선언함으로써 조선총독부 통치행위의 불법성과 우리 독립운동의 정당성이 인정돼야 하며 역사교육이 그 점까지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아 경북대 교수는 “식민지 시기에 뿌려진 근대성이 전후 발전에 뿌리가 됐다는 해석도 있지만, 오히려 35년 동안 이것밖에 하지 못한 식민지적 상황을 더욱 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60년대 이후 한국 경제의 활력과 성장을 보면 경제면에서 자주적 의사결정권을 가진 민족정권이 있고, 민중의 경제적 동기와 보상이 어느 정도 마련됐을 때 얼마나 폭발력이 나타나는지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유재 독일 튀빙겐대 교수는 “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서양적 근대가 일본을 통해 한국에 일그러진 상태로 들어왔다고 보는데, 나는 식민자(일본)와 ‘서양’이 일치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틈이 생각보다 크고 중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21세기 역사학의 실천 과제에 대해 후지나가 다케시(藤永壯) 일본 오사카산업대 교수는 “유감스럽지만 21세기를 맞이해서도 동북아의 냉전적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며 “일본이 동북아의 냉전구조에서 수행하고 있는 부정적 역할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후지나가 교수는 이어 “그 기초가 되는 것은 자국과 자민족의 역사를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일본인의 성숙한 역사인식이지만, 폐색감이 감도는 오늘의 일본사회는 불행히도 그런 상황에 있지 않다”며 “최근 일본에서 배외(排外)주의적 언설과 역사인식이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고 재일한국인에 대한 차별정책이 정당화되는 상황을 고쳐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최고령(79) 원로학자로서 강만길 교수는 젊은 역사학자들에게 일제강점기의 경제사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제강점기의 경제 문제 연구를 지금까지는 대체로 경제학자들이 담당했기 때문에 그 시기의 역사적 성격보다는 경제논리 및 수치 증가 중심의 연구방법이 적용됐다고 본다”며 “경제행위의 주체 문제, 그리고 경제성장이 당시 조선 사람들의 실생활과 어떻게 연관됐는가 하는 문제 등이 심층적으로 연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진아 교수도 “한국사학계와 경제학계의 감정적 대립을 해소하고, 근본에서부터 합의점을 찾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허영란 울산대 교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소시민이 된 역사학자는 현실을 이해하고 개조하기보다는 수동적으로 현실을 좇아가기 바쁘다”고 지적하면서 “어떤 실천이 개인과 공동체의 모순을 고치고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지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는 역사학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국 근현대사 연구자들이 주목해야 할 연구 주제에 대해 앙드레 슈미드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북한사 연구를 꼽았다. 슈미드 교수는 “지금 최우선 과제는 북한에서 출판된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일”이라며 “그토록 고립된 나라 북한의 역사도 세계적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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