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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12년刑 경종 울렸지만… 단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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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12년刑 경종 울렸지만… 단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동아일보입력 2012-07-06 03:00수정 2012-07-0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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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인화학교 성폭행 판결

5일 오전 광주지법 201호 법정. 선고를 앞둔 법정에는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짧은 침묵이 흘렀다. 광주지법 형사2부 이상현 부장판사가 판결을 시작했다.

“피고인에게 징역 12년, 신상정보 공개와 위치추적장치(전자발찌) 부착 10년을 선고합니다.”

7년 만의 단죄였다. 영화 ‘도가니’의 실제 배경인 광주 인화학교 전 행정실장 김모 씨(63)는 순간 고개를 떨궜다. 청각장애 여학생의 손발을 묶고 성폭행한 혐의(강간치상 등)로 기소된 김 씨는 2000∼2005년에 자행된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교직원 4명 중 1명이다. 그는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으로 3번째 실형을 살게 됐다. 성인이 된 피해자들은 김 씨를 보면 분노와 두려움이 교차할 것 같아 선고를 보는 것 대신 병원 치료를 선택했다. 영화 도가니가 현실에서는 부분적이나마 ‘정의의 승리’로 결말을 맺게 된 것이다.

○성범죄 교직원들 중 도가니법 첫 적용


재판부는 이날 김 씨에 대해 검찰이 구형한 징역 7년보다 무려 5년이 더 무거운 형량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중형을 선고한 데는 지적·언어·청각장애를 가진 피해자 보호에 사회가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국민 정서가 작용했다. 영화 ‘도가니’의 영향인 것이다. 재판부는 “인화학교 사건이 알려지면서 장애인 대상 성폭력 사건에 대해 엄벌을 요구하는 사회적 열망이 커졌고 국회에서는 (장애인과 아동에 대한 성폭력을 가중 처벌하는 일명) ‘도가니법’ 법률 개정도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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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장애 여학생의 손발을 끈으로 묶고 성폭행하는 장면. 영화에서는 성폭행범이 교장이었지만 실제에서는 행정실장인 김 씨였다. 김 씨는 2005년 4월 인화학교 행정실에서 A 양(당시 18세)을 이렇게 성폭행했다. 김 씨는 범행 장면을 목격한 B 군(당시 17세)을 사무실로 끌고 가 깨진 음료수 병과 둔기로 때린 혐의도 받고 있다. A 양은 당시 충격으로 아직까지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이번이 세 번째 처벌이다. 그는 C 양(당시 14세)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2006년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2006년 8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의해 또 다른 성폭행 혐의로 추가 고발됐다. 당시 설립자의 둘째 아들인 김 씨와 그의 형인 인화학교 교장, 보육교사, 행정실 직원 등 6명이 고발됐고 광주지검은 행정실 직원을 제외한 5명만 기소했다. 광주고법은 2008년 7월 교장 김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해 미온적인 판결이라는 비난을 샀다. 행정실장 김 씨는 장애 여학생 D 양(당시 15세)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김 씨는 당시 A 양 성폭행 혐의도 함께 받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 씨가 다시 법의 심판대에 선 것은 지난해 12월. 김 씨는 영화 ‘도가니’로 국민적 공분이 일면서 경찰의 재수사로 구속됐다. 검찰은 가해자들 가운데 공소시효, 증거 등을 감안해 김 씨만을 A 양 성폭행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채숙희 광주여성의전화 대표는 “도가니 열풍이 분 뒤 당시 성폭행을 목격하고 폭행까지 당했던 목격자가 나타나 진실을 밝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광주 인화학교 장애 학생들 성폭행 사건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한 속칭 ‘도가니법’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김 씨는 광주 인화학교 전 교직원들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도가니법’ 적용 대상이 됐다.

○피해 학생들의 끝나지 않은 고통

재판은 끝났지만 당시 피해자들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말 심리검사를 받은 인화학교 성폭력 피해 학생 13명 중 11명이 정신적 외상(트라우마) 판정을 받았다.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원회는 “정신적 외상 판정을 받은 피해 학생 2명은 현재도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경찰 수사에서 드러난 인화학교 성폭력 피해 학생은 30명이며 가해 교직원은 13명이라고 설명했다. 피해 학생 30명 가운데 13명만 심리검사를 받았지만 피해 사실이 알려지기를 꺼리는 점을 고려하면 더 많은 학생이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인화학교 성폭력 가해 교직원 13명 가운데 4명만 형사처벌을 받았다. 나머지 9명은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하지 못했다. 대책위는 2008년 12월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하지 못했던 행정실 직원 김모 씨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해 2000만 원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대책위는 장애 학생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나머지 교직원 8명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또 영화 ‘도가니’에서 성폭력 피해 학생 머리를 세탁기에 넣고 돌린 장면처럼 범행을 저지른 인화학교 졸업생 김모 씨(26)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다. 김 씨는 2005년 6월경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후배 E 양(당시 13세)의 몸을 세탁기에 넣은 혐의로 기소됐다. 대책위는 김 씨에게 범행을 사주한 사람이 누구인지 재판 과정에서 마지막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용목 대책위 상임대표는 “피해 학생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가 치료약을 받아 와 복용할 정도로 상처는 계속되고 있다”며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 학생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보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도가니#광주인화학교#법원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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