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만수 감독(54)은 자신의 야구를 한마디로 ‘자율’이라고 했다. 그동안 ‘신바람 야구’로 대표되는 이광환 전 LG 감독과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과는 다른 차원의 자율야구라는 거였다. 21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만난 그는 ‘이만수표 자율 야구’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 ‘선수들이여, 마음껏 말하라!’
이 감독은 삼성에서 현역으로 은퇴한 뒤 1998년 미국 클리블랜드의 싱글A팀으로 코치 연수를 떠났다. 그는 한국에서 그랬듯 타자에게 “잘못된 타격 폼을 바꾸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충격적이었다. “함부로 폼 바꿨다가 잘못되면 당신이 내 인생 책임질 것인가?” 이 감독은 이때부터 선수의 개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감독이 강조하는 자율야구의 핵심은 ‘선수와의 대화’다. 그동안 국내의 감독 문화는 권위적이었다. 선수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 감독은 마음을 열었다. 선수의 타격 폼에 문제가 있더라도 사전에 그 폼을 고수하는 이유를 물어본다. 감독과 선수가 의견을 터놓으면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게 이 감독의 지론이다.
○ ‘선수 스스로 작전을 생각하라!’
이 감독은 올해 시범경기에서 한 번도 번트 사인을 낸 적이 없다. 그는 “노아웃 2루 상황에서 선수 스스로가 강공 대신 번트를 댈 때 뿌듯했다”고 했다. 누상에 나가 있는 주자를 먼저 생각하는 야구가 필요하다는 거였다. 이 감독은 올해 정규시즌에서도 가급적이면 사인을 내지 않고 선수 스스로 경기를 풀어내는 야구를 할 생각이다.
그렇다고 이 감독은 미국 프로야구처럼 모든 걸 선수에게 맡기겠다는 건 아니다. 그는 “기본, 집중, 팀이라는 틀을 주고 이를 어기면 가차 없이 처벌한다. 틀 안에 있어야 자율이 주어진다”고 강조했다. ○ ‘정근우의 빠른 발이 키포인트’
이 감독은 정규 시즌 개막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발투수진과 4번 타자, 주전 포수를 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근우만큼은 1번 타자로 낙점했다. 이 감독은 “정근우가 얼마나 ‘설레발’ 치느냐(살아나가서 상대를 흔든다는 의미)에 따라 팀 분위기가 좌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발이 빠른 신인 김재현과 배짱이 두둑한 투수 임치영을 지켜봐 달라고 했다.
이 감독의 고민은 투수진이다. 필승계투였던 정대현과 이승호가 롯데로 이적했다. 에이스 김광현은 5월경에나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마무리 엄정욱도 재활 중이다. 이 감독은 “중간계투의 공백이 많아져 7이닝을 던질 수 있는 선발에 힘을 싣겠다. 외국인 투수 로페즈와 마리오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올 시즌 4강 후보를 뽑아달라는 요청에 손사래를 쳤다. 전문가들이 올해 SK의 4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 것에 대해 불만도 보였다. 그는 “예상은 예상일 뿐이다. 우리의 목표는 우승”이라며 필승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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