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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해저케이블 건설선 ‘세계로’號 승선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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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해저케이블 건설선 ‘세계로’號 승선 취재

동아일보입력 2011-06-15 03:00수정 2011-06-1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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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0km로 태평양 건너며 케이블 깔아
13일 경남 거제시 하청면 KT서브마린 거제사무소 항구에 입항한 해저케이블 건설선 ‘세계로’호가 해저케이블을 배에 옮겨 싣고 있다. 세계로호 같은 해저케이블 건설선은 전 세계에 약 40척에 불과하다. KT 제공
태양이 이글거렸다. 두 손에 아무리 힘을 줘도 구부릴 수 없던 두꺼운 통신케이블이 엿가락처럼 늘어진 채 흰 배 위로 말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케이블 피복이 녹아내릴까봐 연방 물을 뿌려댔다.

13일 경남 거제시 하청면 KT서브마린 항구에서 케이블을 싣는 작업이 한창이던 ‘세계로’호에 올랐다. 국내 유일의 해저케이블 건설선이었다. 이렇게 말려 올라간 케이블은 4000t을 실을 수 있는 케이블 저장탱크 안에 실타래처럼 둘둘 말려 보관됐다. 이 배는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끊겼던 일본 동부해안 해저케이블을 복구한 뒤 석 달 만에 귀항했다. 15일에는 다시 중국 앞바다의 해저케이블을 수리하러 떠날 예정이다.

KT서브마린의 박귀호 기술지원실장은 “우리는 요코하마존의 소방수”라고 했다. 요코하마존이란 북위 25도 이북의 동북아시아 해역을 일컫는 통신사 사이의 용어다. KT서브마린은 이 지역의 통신선로 유지보수 작업을 맡는다. 해저케이블이 고장나면 2, 3일 내에 해당 지역에 도착해 수리해야 하기 때문에 세계로호가 한국에 들어오는 날은 1년에 며칠 안 된다.

○ 위기에 드러난 실력


KT서브마린은 지금까지 한국 주변 해역은 물론이고 태평양 횡단 해저케이블과 중남미의 과테말라·페루 앞바다에서도 케이블 매설작업을 해 왔다. 이렇게 확보한 KT의 해저케이블을 길이로 연장하면 14만 km가 넘는다. 해저케이블은 로봇을 바다로 내려보내 땅을 파고 그 아래 해저케이블을 묻는 방식으로 설치한다. 이 때문에 세계로호는 매설작업 중에는 시속 10km의 저속으로 항해한다. 박 실장은 “가도 가도 제자리인 항해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설치 과정은 힘들지만 해저케이블은 평소에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일본 주위의 해저케이블이 지진으로 끊어지면서 국내 통신사들의 인터넷 연결까지 지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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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때도 KT의 인터넷과 국제전화는 멀쩡했다. 일본을 경유하는 해저케이블 외에도 KT는 싱가포르와 대만으로 돌아나가는 선로는 물론 한국과 미국을 직접 연결하는 케이블까지 다양한 우회로를 확보했던 덕을 톡톡히 봤다. 최근에는 이런 통신망을 눈여겨본 일본 소프트뱅크가 아예 전산설비를 KT에서 임차해 쓰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 부산-거제 ‘통신허브’ 장점 많아


해저케이블 기술을 갖춘 나라는 현재 미국과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싱가포르 정도에 그친다. 세계에서 운영되고 있는 해저케이블 건설선도 약 40척이다. 한국은 한참 늦은 후발주자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KT는 아시아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자로 주목받는다. 해저케이블로 세계를 촘촘히 엮으려면 케이블이 거치는 허브(hub) 역할을 하는 지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대만과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이 이런 통신허브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대만과 일본의 잇단 지진으로 세계 통신사들이 이 지역을 꺼리고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땅값이 비싸고 물가가 높다. 반면 한국의 부산과 거제는 지리적으로도 아시아 국가와 태평양 사이의 허브가 될 수 있고 물가도 상대적으로 낮다. KT 국제협력팀의 김성인 팀장은 “최근 세계 통신사들이 일본과 대만의 대안을 찾으면서 한국이 통신허브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거제=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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