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전쟁과 경영]왜구 소탕한 명나라 명장 척계광의 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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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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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에 대한 두려움을 버려라”

《 16세기 중국 명나라는 왜구로 골머리를 앓았다. 특히 무역과 산업의 중심지인 동남해안 지역 저장 성이 공격을 많이 받았다. 해적은 보통 창고를 털고 사람을 납치하는 게 정상이지만, 저장 성에 침입한 왜구는 아예 비단 생산 단지를 점거하고 주민들에게 비단을 짜게 한 후 그 생산품을 가져갈 정도로 악랄했다. 》
명나라 군인들은 일본도(日本刀)를 두려워했다. 도(刀)는 중국에도 있지만 보통 짧고 한 손으로 쓰던 무기였다. 반면에 일본은 도를 양손 무기로 개량해 사람을 한 번에 동강낼 정도의 위력을 갖추게 했다. 독특한 제련법 덕에 일본도는 중국군이 지닌 그 어떤 무기도 베어버릴 정도로 강하고 예리했다.

명나라의 고민은 바로 이 일본도에 맞설 효과적 전법이 없었다는 데 있었다. 거의 직업적인 전사로 이뤄진 왜구와 달리 명나라 병사들은 대개 징집한 농민병으로 구성됐다. 중국군은 병력 우위를 앞세워 방패와 창을 들고 적을 압박하는 밀집대형 위주로 전술을 운용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집단 전술은 일본군에게 통하지 않았다. 긴 일본도를 휘두르는 왜구는 한 명이 18척(약 5.5m)의 공간을 담당할 수 있었다. 일류 무사는 이 밀집대형의 가운데로 뛰어들어 창과 방패와 몸통을 한 번에 가를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병사 여럿을 한 번에 쓰러뜨릴 수 있었다. 특히 사쓰마 번(현재의 규슈 가고시마 지역) 검법은 사람을 동강내면서도 정작 무사는 보이지 않고 검만 보였을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일대일 전투 능력, 전술 운영 능력, 전투 경험 등 모든 부분에서 왜구는 명나라 군대를 압도했다.

명나라의 전설적 명장 척계광(戚繼光·1528∼1588)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왜구를 섬멸하기 위해 ‘원앙(鴛鴦)’진법이라는 전술을 창안해 왜구 소탕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원앙진법에서 한 팀은 12명으로 구성됐는데 한 명은 대장, 한명은 취사병이었다. 따라서 실제 진을 구성하는 병사는 10명이다. 척계광은 접전상황과 왜구의 검법을 연구해 10명의 임무와 기능을 아주 세밀하게 재구성했다. 10명 중 1명은 오각형의 큰 방패를, 1명은 둥근 등나무 방패를 휴대하고, 2명은 낭선(사슴뿔 형태의 쇠로 만든 가지가 달린 대나무)을 맡았다. 뒤의 4명은 창을 들고, 뒤의 2명은 당파(삼지창)를 들었다.

이렇듯 병력 편제의 최하부 단위까지 분업화된 집단으로 편성된 원앙진은 매우 단계적이고 체계적으로 왜구와 맞설 수 있게 했다. 우선 첫 번째 충돌에서 방패와 낭선이 일본도의 공격을 저지한다. 낭선은 거의 10층의 가지로 구성돼 있고 수비 범위가 넓어 일본도의 빠른 공격을 저지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일선에서 왜구의 공격을 저지하고 묶어 두면 이 틈을 노려 이선의 창병이 왜구를 공격했다. 4개의 창병이 시간차를 두고 페인트 모션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공격했다. 이때도 당파가 같이 붙어서 수비를 담당한다. 당파도 일본도를 막는 데 효과적이다. 방패와 낭선보다는 방호력이 떨어지겠지만 1차 공격이 가장 강력할 것이라는 전제로 보면 공격은 전혀 불가능한 낭선과 달리 공격능력도 보유했다는 게 장점이다.

원앙진은 명군에 그야말로 새로운 효율성을 부여했다. 무엇보다 분업을 통해 최대의 약점, 즉 징집병의 전투 능력 부족을 극복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원앙진이 너무 복잡하고, 10명이 왜구 1, 2명을 상대하는 구조라 낭비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분명히 그런 문제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원앙진의 큰 장점은 일본도의 스피드와 파워에 대항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병사들에게 부여했다는 것이다. 병사들이 왜구와 백병전을 벌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자 그 외 여러 가지 작전과 과거의 전법들도 힘을 받기 시작했다.

원앙진 같은 분업형 편제는 유사 이래 16세기 이전까지 중국에서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발상이었다. 과거 중국군이 경험한 전투에서 이런 분업형 집단은 비효율적이고 위험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척계광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과거의 역량들을 새롭게 조합해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기존 방법론을 답습하는 대신 애초에 그 방법이 효율적일 수 있었던 원리를 파고들어 변화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었다. 과거의 성공에 얽매이지 않고 핵심을 꿰뚫어 혁신을 추구하는 자세가 바로 척계광을 전설적인 명장으로 만든 원동력이었다.

촌구석 농민들로 구성된 저장 성 부대는 전문 무사들로 구성된 왜구에 비하면 전력이 10 대 1의 비율도 되지 않는 오합지졸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과거 전술 패러다임과 궤를 달리하는 척계광의 혁신적 진법과 신무기(당파와 낭선)를 통해 정교하고 영리한 싸움을 할 수 있었다. 왜구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덕분에 그들은 결국 왜구 소탕에 혁혁한 공을 세운 무적 부대로 거듭났다.

임용한 경기도 문화재 전문위원 yhkmyy@hanmail.net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2호(2011년 1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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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적 협력네트워크가 성과 좌우한다

▼ MIT 슬론매니지먼트리뷰


한 경영컨설팅회사가 정보기술(IT) 분야 직원들의 협력 네트워크를 분석했다. 이 결과 성과가 뛰어난 직원들은 다른 동료들과 판이하게 다른 인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수 직원들은 독특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주변 사람은 물론이고 각 분야 최고 전문가의 지식에 접근해 이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최근 이 비공식적인 협력 네트워크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개인 간의 비공식적이고 자율적인 상호작용이 혁신적인 해결 방안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역할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최고의 프로세스를 도입하는 교과서적인 경영 기법의 한계를 이 비공식적 협력 네트워크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리더들이 이 같은 비공식적 협력네트워크를 파악하고 경영에 응용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MIT 슬론매니지먼트리뷰가 이 까다로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한국형 리더십 8가지 특징 살펴보니…

▼ 한국형 리더십


1651 년 효종은 충청도에서 모든 공물을 쌀로 통일해 내게 하는 대동법을 시범 시행하기로 했다. 각 지역의 특산물을 바치던 공물제도를 쌀로 내게 해 특산물 수송과 저장의 불편을 덜고 지방 아전의 부정도 막자는 취지였다. 대동법은 조선의 산업화와 근대화를 앞당긴 혁신적인 제도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제도 도입 초기 대신 상당수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했다. 방납을 통해 사리사욕을 챙기던 중앙 관료, 서리, 거상, 지방 토호까지 가세해 대동법 도입을 추진한 재상 김육을 압박했다. 김육은 굴하지 않았다. 대동법이 일반 백성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최종 결정권자인 효종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대동법을 실시하려거든 신을 쓰시고, 그렇지 않으면 신을 노망한 재상으로 여기고 쓰지 말라”며 효종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육은 미래지향적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비전을 제시하며, 체계적 계획을 수립해 이를 실천하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한국 역사에는 현대에도 유효한 통찰을 주는 리더십 사례가 적지 않다. 다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지난해 말 열린 ‘제3회 한국형 리더십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한국형 리더십의 8가지 특징을 소개한다.



대량구매 할인 가격 책정의 수수께끼

▼ Knowledge@Wharton


미국 디즈니랜드의 1일 자유이용권 가격은 성인 기준 79달러다. 그런데 10일 자유이용권은 790달러가 아닌 단돈 243달러다. 10일 연속 놀이공원을 이용하려는 고객에게 무려 69%의 할인을 제공한다. 왜 그럴까. 디즈니는 놀이공원에 오래 머물수록 즐거움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찻잔 속에 앉으면 처음 3번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그 이후에는 지겨워진다. 그래서 파격적인 할인 혜택으로 고객을 유인한다. 그런데 10일 이용 티켓 가격을 243달러로 책정한 원리는 무엇일까. 디즈니는 왜 450달러나 650달러가 아닌 243달러가 수익을 극대화해 준다고 믿었을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 연구진은 디즈니가 경쟁 및 다른 요소를 고려했을 때 가족 전체가 놀이공원을 오래 이용하도록 유도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최적 가격이 243달러라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는 디즈니의 과학적인 경영 기법이 숨어 있다. 하루 더 머물기 위해 사람들이 어느 정도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정확히 가격에 반영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기법을 적용했다. 기업이 골머리를 앓는 수량 할인의 가격 설정 노하우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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