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선물에는 경제학+α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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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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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11월 넷째 주 목요일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부터 성탄절에 이르는 한 달여 기간이 연중 최대의 쇼핑 시즌이다. 이맘때가 되면 미국인들은 정말 ‘미친’ 듯이 쇼핑을 한다. 새벽부터 백화점과 마트에 쇼핑객이 몰려들면서 크고 작은 인명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정도가 좀 덜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연말연시 부모, 형제,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사러 다니느라 분주하기는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왜 선물을 주고받을까.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선물은 매우 비합리적이다. 아무리 고심해 선물을 골라도 상대방 마음에 꼭 드는 선물을 고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선물의 비효율성을 실증적으로 밝힌 연구 결과도 있다. 경제학자인 조엘 월드포겔 박사가 미국 예일대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선물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했을 때 10∼33%가 사중손실(死重損失·dead-weight loss)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누군가에게 100달러짜리 선물을 주더라도 선물을 받는 사람은 그 선물의 실제 가치를 67∼90달러로 평가한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부모님께 뭔가 선물을 드리고 싶어 “뭐 갖고 싶은 게 있으세요?”라고 여쭤보면 종종 “그냥 현금으로 다오”라는 답변이 돌아오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은 각박한 경제학 논리대로만 굴러가진 않는다. 많은 사람이 마음과 정성을 전하는 수단으로 여전히 현금보다 선물을 선호한다. 선물에는 비효율성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서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선물을 고르면서 쏟아 붓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단순한 금전적 가치를 뛰어넘는다. 이 때문에 진심이 담긴 선물을 받은 이는 언젠가는 선물을 준 사람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갖게 된다. 이로써 선물은 쌍방간 유대감을 높여 사회적 관계를 한 차원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프랑스 사회인류학자 마르셀 모스는 이런 현상에 대해 선물이 ‘상호주의(reciprocity)’ 원칙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선물이란 서로 분리돼 있는 사람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주는 사회적 기능이며, 선물의 핵심 원칙인 상호주의야말로 인간 사회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유지, 확장되도록 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 주장했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직원들로부터 일에 대한 열정과 몰입, 회사에 대한 헌신을 이끌어 내는 데는 현금이라는 금전적 보상(monetary incentive)만이 능사가 아니다. 비록 값싸고 작은 선물이라도 회사가 자신을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해 준다면 어떤 형태로든 조직에 보답해야겠다는 의무감을 직원들로부터 유도해낼 수 있다. 선물이 반드시 유형의 물건일 필요도 없다. 직장 상사의 진심 어린 인정, 동료들의 따뜻한 격려, 활기차고 즐거운 조직문화 역시 조직원들에겐 큰 선물이자 동기부여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올 연말, 회사 직원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위로의 마음을 담은 친필 편지를 써 보는 건 어떨지. 장미꽃 한 송이와 자그마한 케이크도 함께 안겨준다면 “차라리 케이크 살 돈을 그냥 주지”라고 불평하는 직원들조차도 십중팔구 뒤에서는 슬며시 웃음 지을 것 같다.

이방실 미래전략연구소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1호(2010년 12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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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제안이 확실히 실패하는 원인은?

▼ 제안 성공 노하우


드라마 ‘역전의 여왕’에서 사내 부부인 황태희(김남주 분)와 봉준수(정준호 분)는 신상품 기획안을 두고 경쟁 프레젠테이션에 나선다. 태희는 어수룩한 남편 준수를 격려하며 프레젠테이션의 필살기를 소개한다. 결론을 먼저 제시하고, 중요한 데이터는 암기하고, 자신감을 가지라는 것. 하지만 이는 기본 중의 기본일 뿐이다. 게다가 사외 입찰에서 경쟁사와 맞붙는다면 고려해야 할 게 한 둘이 아니다. 제안·입찰 전문가들은 이기는 제안과 실패하는 제안이 따로 있다고 말한다. 실패하는 제안서에는 일관된 특징이 있다. 제안의 충실도와 반응도가 낮거나 고객 관점이 빠져 있다. 전략도 불명확하다. 제안서가 짜임새 있게 구조화되지 않고 과거의 실적 및 성과와 프로젝트 과제를 연결하는 고리도 약하다. 이런 제안은 백전백패일 뿐이다. 제안에서 확실히 실패하는 10가지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2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이번 호에는 5가지 원인에 대한 분석을 실었다.



숨겨진 인재의 마음에 신바람을 일으켜라

▼ 메디치 가문의 창조경영 리더십


보티첼리의 그림 ‘프리마베라’의 가장 오른쪽에는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나온다. 그림 속 제피로스는 입술을 모아 힘껏 바람을 불고 있다. 왼쪽에서는 교역, 거래, 상업의 신이었던 메르쿠리우스가 바람의 구름을 휘젓고 있다. 보티첼리는 이탈리아 피렌체 경제를 주름잡았던 메디치 가문 사람들을 위해 이 그림을 그렸다. 그는 작품 속 메르쿠리우스의 모습을 통해 메디치 가문이 감당해야 할 리더의 역할과 임무를 은밀한 코드로 집어넣었다. 그 역할이란 바로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다. 로렌초 데 메디치는 소년 미켈란젤로의 마음에 거센 바람을 일으켰고, 소년의 마음에 불었던 그 바람은 거대한 태풍으로 변했다. 르네상스 예술은 미켈란젤로에 의해 극상(極上)의 아름다움으로 발전했다. 돈이나 승진을 미끼로 인재들의 마음을 사려는 것은 부질없거니와 가능하지도 않다. 소년 미켈란젤로와 같은 숨은 인재의 마음에 신바람을 불러일으킨 메디치 가문 리더십의 요체를 짚었다.



리더십 스타일보다 부하와의 궁합이 성과 좌우

▼ Knowledge at Wharton


늘 강하고 외향적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리더가 적지 않다.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의견을 내고, 명령을 내리고, 계획을 세우며, 그룹 내에서 가장 지배적이고, 외향적인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인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 애덤 그랜트 교수가 최근 진행한 리더십 및 그룹 역학 관계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이런 통념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내성적인 리더가 외향적인 리더보다 효과적일 때도 있다. 리더가 관리하는 대상이 어떤 유형인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성공한 리더 중에는 대담하고 말이 많고 자기주장이 강한 잭 웰치,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등과 같은 외향적인 리더가 있는가 하면 마하트마 간디, 에이브러햄 링컨처럼 조용하고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리더도 있다. 리더십에 대한 일반의 통념을 뒤집는 그랜트 교수의 통찰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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