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광우병 보도 핵심쟁점 “허위”]항소심 합의부 판사 3人, 1심과 다른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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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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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쟁점, 원본 동영상 확인뒤 “허위보도” 판단

2008년 전국적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를 촉발했던 MBC PD수첩의 보도 내용 주요 부분이 허위였다는 사실이 항소심 공판에서 인정됐다. 이 부분은 앞서 농림수산식품부가 PD수첩을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인정된 부분이다. 방송의 주요 내용에서 지나친 과장과 번역 오류, 진행자의 잘못된 발언 등이 있었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PD수첩은 정확한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방송을 내보내 과도한 광우병 공포증을 유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 주요 방송내용에 ‘허위’ 판정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판단을 달리한 방송 내용은 크게 세 부분이다. 우선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는 광우병에 걸렸을 개연성이 크다’는 방송 내용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다우너 소가 등장하는 휴메인소사이어티의 동영상이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단정할 수 없어 제작진이 ‘광우병 의심소’라고 언급한 것은 허위 사실이 아니라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소가 주저앉는 증상에는 광우병 외에도 대사장애나 골절장애 등 수십 가지 다양한 원인이 있고 1997년 이후 미국에서 출생한 소 가운데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지 않은 점을 들어 이 동영상에 등장하는 소가 광우병에 걸렸을 확률은 크지 않다고 봤다. 그런데도 시청자들에게 동영상에 등장하는 소가 광우병에 걸렸을 개연성이 크다는 인상을 준 보도는 허위라는 의미다. 이 동영상은 당시 시청자들에게 광우병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며 강한 충격을 줬던 부분이다.

두 번째로 ‘의도적 오역 논란’을 일으켰던 아레사 빈슨 씨의 어머니 로빈 빈슨 씨 인터뷰 등 아레사 빈슨 씨의 사인(死因)에 대한 방송 내용을 놓고 1심은 방송 당시 사인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라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했으나 항소심은 허위라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주치의 A J 바롯 씨는 인간광우병에 대해 일반적인 대답을 했을 뿐 아레사 빈슨 씨에 관한 얘기는 일절 하지 않았고 번역 자막 중 일부는 인간광우병에 걸렸다는 취지로 단정하는 듯 잘못 번역돼 아레사 빈슨 씨의 사인이 인간광우병이 확실하다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로 ‘한국인 94.3%의 프리온 유전자가 MM형으로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약 94%다’라는 제작진의 논리도 항소심에서 잘못된 것으로 판명됐다. 이 보도 내용이 사실이려면 △유전자가 MM형인 사람이 광우병 쇠고기를 먹으면 무조건 인간광우병에 걸린다 △한국인의 94.3%는 유전자형이 MM형이라는 두 가지 전제가 충족돼야 하는데, 인간광우병 발병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어 첫 번째 전제가 성립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허위라는 판단이다.

이처럼 방송의 주요 내용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 것은 1심 때와 달리 항소심에서는 검찰조차 압수수색영장으로도 확보하지 못했던 원본 동영상을 실제 방송된 내용과 비교 검증하는 등 보다 충실한 심리가 이뤄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형사 단독판사 1명이 심리했던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는 판사 경력 20년의 부장판사 등 3명의 판사로 구성된 합의부 재판부가 약 10개월간 준비기일을 포함해 9차례에 걸쳐 사건을 심리했다.

○ “허위보도는 인정되나 명예훼손 성립 안해”

PD수첩 방송의 주요 내용이 허위로 판명 났음에도 재판부가 제작진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공무원인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허위 방송을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공공적, 사회적 의미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고, 형사적 제재로 표현을 주저하게 해선 안 된다”는 판례를 인용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봐도 잘못된 발언이나 번역 오류 등이 의도적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방송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과장이 있어도 허위사실을 만들어내려는 의도가 있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방송 내용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에 관한 것이지 피해자인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 협상단의 명예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그러나 일부 허위보도를 인정하면서도 명예훼손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이 부분은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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