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 유권해석에 전교조 당혹… “탈퇴사태 올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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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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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 “교원단체 가입자 이름-소속 공개 적법” 유권해석

전교조 거부감 있는 학부모들
“담임 바꿔달라” 요구 가능성
“학부모 알권리 충족” 평가에
전교조 “교사인권 침해” 반발

2008년 12월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은 서울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자체적으로 확보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명단을
공개했다. 전교조 조합원의 명단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전교조는 국민연합이 공개한 명단의 30%는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8년 12월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은 서울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자체적으로 확보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명단을 공개했다. 전교조 조합원의 명단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전교조는 국민연합이 공개한 명단의 30%는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법제처의 유권해석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조합원 명단 공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전교조에서는 “법제처 스스로가 정부의 전교조 탄압 도구임을 선언한 것”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교육계에서는 전교조 명단 공개가 이번 달부터 전면 시행한 교원평가제와 맞물려 학교 현장에 상당한 후폭풍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전교조 탈퇴 가속화

전교조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조합원 이탈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전교조 간부 출신 교사는 “전교조라면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보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전교조 소속이라는 게 밝혀지면 교사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힘든 낙인이 될 수도 있다”며 “젊은 교사들이 전교조를 등지는 일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명단 공개에 가장 적극적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소속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법제처의 해석에 대해 “앞으로 학부모들의 알 권리를 충족할 수 있게 됐다”며 “학부모들이 학교를 평가하고 선택할 때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명단 공개를 두고 설전을 벌였고,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에게 직접 명단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상임대표는 “새 학기가 되면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 담임이 누가 될지 늘 걱정이다. 이번 결정으로 교사에 대해 일부나마 알 수 있게 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명단이 공개된 이후에는 학교에서 ‘담임을 바꿔 달라’고 요구하는 학부모들이 많이 나타나는 등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앞으로 학부모 선택권이 더 커지기 위해서는 교사에 대한 많은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는 “전교조는 다른 교원단체와 달리 이념과 철학에 따라 결성된 조직이다. 따라서 이념과 철학에 따라 가르치기 때문에 교사가 전교조 조합원이냐 아니냐는 학부모에게 매우 중요한 정보”라면서도 “학부모는 교사에 비해 약자라는 인식이 있어 ‘담임을 바꿔 달라’는 식의 요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교조 교사 기피 현상이 거세다면 전교조 스스로 반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전교조 반발해도 공개는 불가피

전교조는 논평을 통해 “법제처의 해석은 그간 정부가 취해 왔던 명단 공개 불가의 입장을 180도 전환해 명단 공개를 합리화하는 자의적 법령 해석을 자행한 것”이라며 “전교조 가입 교사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심리적 부담감을 안겨 전교조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한편 학교에서의 전교조 교사들을 향한 일부 모리배들의 음해 활동을 조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전교조 조합원이 자신이 조합원임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알리는 것은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것이다. 또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라 하더라도 전교조 가입 교사에 대한 실명 공개는 전교조 조합원과 전교조가 결정해서 시행할 일”이라며 “(전교조는) 교과부가 전교조 교사 명단을 국회의원에게 넘겨주는 것은 전교조 활동을 방해하고 전교조 조합원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규정하며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해 나갈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경자 ‘공교육 살리기 학부모 연합’ 상임대표는 “전교조가 떳떳하다면 공개를 꺼릴 이유가 없다”며 “교사로서 명단 공개에 당당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반박했다.

전교조는 그동안 명단 공개가 논란이 될 때마다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법제처 해석 내용은 교과부에서 교원의 소속 단체 현황을 국회의원에게 제출할 수 있다는 행정 절차에 대한 것이다. 여전히 교과부에서 명단을 직접 공개할 수는 없다.

단 교과부에서 자료를 넘겨받은 국회의원이 외부에 공개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일선 학교에서는 전교조 조합비를 내는 교사 명단을 가지고 있다. 시도교육청에서 이 명단을 취합한 뒤 교과부로 제출하면 교과부에서 국회의원에게 자료를 넘기게 된다.

한편 이번 결정으로 전교조뿐 아니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자유교원조합, 대한민국교원조합, 한국교원노동조합 소속 교사 명단도 공개될 수 있게 됐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등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법적 근거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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