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서울 초등생 2만 명 작년 ‘교육특구’로 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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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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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도 서울시내 25개구의 초중고교생 전출입을 조사한 결과 송파, 강남, 서초, 노원, 양천구 등 이른바 ‘교육특구’로 옮긴 학생이 많았다.
지난해 전입한 초등생 5만3000여 명 중 2만여 명이 이들 5개구로 전입했다.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에는 1년 새 중학교 입학을 앞둔 6학년 학생이 120명이나 옮겨왔다.
‘신나는 공부’ 취재팀이 ㈜하늘교육과 함께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정보공시 사이트인 ‘학교알리미’(www.schoolinfo.go.kr)에 등록된 서울 시내 초중고교 중 2008년도 학생 전출입 현황을 공개한 1166개교를 분석한 결과다.
부모의 직장 문제, 주택 마련, 전·월세 사정으로 인한 거주지 이동, 통학 문제 등 전학의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교육’이다.
‘교육특구’로 옮겨 명문으로 알려진 상급학교에 배정받으려는 학부모도 있다.
국제중, 특수목적고, 명문대 진학을 위해 사교육이 밀집된 지역에서 학원 수업이나 과외를 받으려고 전학하는 경우도 있다.》

“명문학교 많은 곳 전학 가야 명문대 진학 기회”


서울내 전체 전출 전학생의 40%
5, 6학년이 주로 옮겨

송파>강남>서초>노원구順
재개발 재개교로 송파 유입 최다

성동-관악-마포-광진 등
16개 구 전입보다 전출많아


○ 초등 5, 6학년 명문중, 명문고 진학 위해 교육특구 몰려

지난해 서울지역 초등생 약 63만3000명의 8.4%가 학교를 옮겼다. 서울의 583개 초등학교의 전입생은 5만3243명, 전출생은 5만3158명이었다.

초등학생의 전출입은 중학교 입학을 앞둔 초등 5, 6학년 때 집중됐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초등학교의 경우를 보자. 2008년에 전입한 1학년생은 18명, 2학년은 41명에 그쳤다. 반면 5학년은 98명, 6학년은 120명으로 크게 늘었다. 인근 대현초등학교에는 같은 해 1학년 9명, 2학년 18명이 전입했다. 5학년은 49명, 6학년은 87명이 전학 왔다. 대현초교 관계자는 “중학교 입학을 앞둔 6학년 학생이 2학기에 전학을 많이 온다”고 말했다.

주부 김모 씨(40)는 올 초 초등 4, 5학년 자녀교육을 위해 구로구에서 양천구 목동으로 이사했다. 김 씨는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 가면 아이들도 그쪽 수준과 열심히 공부하는 분위기에 맞춰질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교육적으로 낙후된 곳에 사는 학부모 중에 교육에 관심이 있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전학을 고민하지 않은 학부모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많은 학생이 유입된 학교는 송파구 잠신초교였다. 잠신초교에는 지난해 재개교를 하면서 1177명의 학생이 전입했다. 유입된 학생이 가장 많은 10개 학교에 송파구의 초등학교 5곳이 속했다. 송파구는 최근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로 학교가 리모델링한 후 재개교를 했거나 새 아파트 단지 입주가 시작되면서 전학생이 는 것으로 파악됐다. 5곳 중 두 곳이 2007년과 2008년에 개교했고, 세 곳이 2008년에 재개교했다.

교육특구 중 일부 초등학교는 재개교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학생 수가 눈에 띄게 많았다. 강남구 대치초교는 지난해에만 385명이 전학 왔고, 양천구 월촌초교는 239명, 서초구 반원초교에는 233명이 전입했다.

○ 중학교 때 타 지역에서 서울로 온 학생 가장 많다

지난해 서울 이외 지역에서 서울로 유입된 중학생은 2368명이었다. 초등학교 85명, 고등학교 716명에 비해 눈에 띄게 많았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일산, 분당 등 경기지역에서 서울지역 외국어고에 지원하기 위해 이동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성호 하늘교육 기획이사는 “서울지역 학생만을 선발하는 하나고등학교에 지원하기 위해 서울로 전입하거나 서울시내 외고를 목표로 이동하는 학생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율형사립고도 경기지역에는 한 곳뿐이지만 서울에는 13곳이기 때문에 고입을 앞둔 중학생이 서울로 전학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입 학생이 가장 많은 중학교도 송파구에 몰렸다. 송파구 잠신중 431명, 신천중 237명, 잠실중에 208명의 학생이 유입됐다. 은평구 진관중과 강남구 대청중에 각각 258명, 106명의 학생이 옮겨왔다.

고등학교의 전출입생 수는 초중학교보다 적었다. 지난해 서울시내에서 모두 6287명의 고등학생이 전입했고, 5571명이 전출했다. 유입학생 수가 많은 상위 5개 고등학교도 강남 3구에 몰렸다. 송파구 영동일고 56명, 서초구 세화여고 50명, 송파구 정신여고 47명, 강남구 숙명여고 46명, 단국대부속고에 42명이 늘었다.

○ 송파 > 강남 > 서초, 유입 학생 多 1, 2, 3위

각 구의 전체 학생 수에 대한 유입학생 수를 비율로 환산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 비교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지역적인 특수성과 교육 외의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송파구에는 지난해 4659명의 학생이 유입됐다. 강남구 2023명, 서초구 915명, 노원구 870명, 은평구에 853명이 늘었다. 강서구(834명), 강동구(674명), 양천구(639명), 종로구(375명)가 뒤를 이었다.

유입이 발생한 구는 서울 25개구 중 9개구였다. 나머지 16개구는 유출이 많은 구에 속했다. 유출이 많은 구로는 성동구(―1309명), 관악구(―942명), 마포구(―876명), 광진구(―670명), 구로구(―665명) 순으로 조사됐다.

임 이사는 “잠실 재개발 단지 등 송파구의 지역적인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강남, 서초, 송파에 유입되는 학생이 눈에 띄게 많다”면서 “유입학생이 많은 지역이 학부모가 선호하는 지역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삼성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강남에서 집을 구하는 학부모 중 노골적으로 ‘○○여고에 가고 싶다. 대치동 어느 아파트로 가면 되느냐’고 묻거나 ‘이 아파트는 어느 중학교에 배정받느냐’고 묻는다”면서 “초중학생 자녀가 있는 학부모는 인근 학교를 반드시 따져보고 이사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강남 3구, 노원구 등 교육특구에 이어 은평구도 유입 학생이 많았다. 은평구에는 내년에 서울시 최초의 자립형사립고인 하나고등학교가 개교한다. 은평구는 2009학년도 4년제 대학진학률도 25개구 중 가장 높았다.

강서구와 강동구의 유입 학생이 많은 이유로는 이 지역에 각각 명덕외고(내발산1동)와 한영외고(상일동)가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양천구, 송파구 등 교육특구에 인접해 ‘위성 교육특구’가 형성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임 이사는 “이 같은 학생 전출입의 흐름을 보면 교육특구 학생들의 성적이 원래 뛰어난 것이 아니라 우수한 학생들이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구의 전체적인 성적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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