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종구]美中G2체제 부상에 불안한 일본

  • 입력 2009년 7월 31일 02시 58분


최근 열렸던 미국과 중국의 ‘전략과 경제대화’는 경제와 외교안보 등 세계적 현안을 두루 논의하면서 명실 공히 ‘G2(주요 2개국)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서로 가까워지는 미중 관계를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나라가 있다. 일본이다. 일본은 미중 관계가 긴밀해지면 아시아의 제반 문제도 자신을 뺀 채 결정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고 있다. 조만간 미국 일본 중국의 국장급 실무책임자가 참여하는 3국 협의회가 열릴 예정이지만 여기서도 일본이 겉돌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안전 문제에 관한 한 일본은 상당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3국이 같은 테이블에 앉으면 일본의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만일 특정 사안에서 미국이 중국 편을 들면 일본은 꼼짝없이 당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우려는 얼마 전 국제무대에서 겪은 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올 4월 북한의 로켓발사 직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일본은 강력한 내용의 결의안을 주장한 반면 중국은 격이 낮은 의장성명을 채택하자고 맞섰다. 미국은 처음엔 일본에 동조했으나 나중엔 중국과 협의한 끝에 의장성명으로 돌아섰다. 당시 일본이 받은 충격은 컸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중국을 ‘가장 중요한 동반자’로 불렀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의 행보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일본으로선 G2 체제의 등장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국익과 직결된 문제까지 G2의 협상테이블에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중국의 3국 관계가 2+1이 아니라 세 나라가 서로 등거리(等距離)로 정립하는 ‘정삼각형 구도’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강하다. 일본이 ‘미일 vs 중국’의 2+1 구도를 간절히 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불안과 우려에 대한 목소리는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경종이기도 하다. 실제로 일본은 4월의 ‘안보리 설움’이 상임이사국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상임이사국 진출을 향한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미일중 3자 협의체를 활성화해 G2만의 대화를 견제해야 한다는 주문도 많다.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의 불안이 이 정도인데 하물며 한국은 어떨까. 우리의 국익과 직결된 사안이나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문제가 우리 모르는 사이에 G2나 미일중 3자 협의체에서 논의되고 결정될지도 모를 일이다. 국제사회는 늘 생각보다 냉정하다.

윤종구 도쿄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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