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탭댄스의 열기속으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 입력 2009년 7월 30일 03시 00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춤과 노래, 스토리라는 뮤지컬의 기본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예측 가능한 줄거리, 고전적인 웃음 코드, 반복적인 탭댄스 리듬이 주는 ‘단순미’가 관객을 무장 해제시킨다. 21일 개막 이후 흥행 성적도 좋다. 제작사 CJ엔터테인먼트는 “공연 시작 후 첫 주말 전 좌석이 매진됐고 8월 둘째 주말까지 매진”이라며 “평일에도 평균 90%의 좌석 점유율을 보인다”고 29일 밝혔다.》

꿈-우정의 전통메시지 담은
시골아가씨 스타등극 이야기
뻔한 줄거리-고전적 유머 불구
8월 둘째주까지 주말좌석 매진

이 뮤지컬에서는 극 속 뮤지컬 ‘프리티 레이디’ 공연과 이 작품을 둘러싼 무대 뒷이야기가 탭댄스 리듬을 타고 교차한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1980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3486회 연속 공연 기록을 세웠고 토니상 최우수 작품상과 안무상을 차지했다. 무대를 더욱 화려하게 바꾼 2001년 리바이벌작도 토니상 최우수 리바이벌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번 한국 공연은 오리지널 버전이다.

막이 오르면 전설의 연출자 줄리안 마쉬(박상원 김법래)가 새 뮤지컬에 출연할 배우를 뽑는 오디션이 펼쳐진다. 순진하고 소심한 시골 아가씨 페기 소여(옥주현 임혜영)가 우여곡절 끝에 여배우 도로시 브록(박해미 이정화)의 ‘대타’로 주인공을 맡아 브로드웨이의 새로운 스타로 등극한다는 다소 ‘뻔한’ 줄거리.

소여를 연기한 옥주현은 안정적인 연기와 노래, 탭댄스를 선보였다. 다만 대사를 높은 톤으로 소화해 편안하게 듣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마쉬 역의 박상원은 카리스마와 절도 있는 연기는 좋았지만 춤과 노래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브록을 맡은 박해미는 딱 맞는 옷을 입은 듯했다. 극중 역할처럼 노련했고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옆구리를 간질여 줬다. 뮤지컬 작가 매기 존스 역의 김영주는 주연 못지않은 조연이었다. 대부분의 웃음을 만들어 내기에 그가 무대에 등장하면 어떻게 또 웃겨 줄까, 은근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뮤지컬의 또 다른 주인공은 탭댄스다. ‘타가닥 타가닥 탁.’ 빠른 템포, 흥겨운 리듬으로 주고받는 탭댄스, 일사불란하게 펼쳐지는 군무는 눈을 뗄 수 없는 볼거리. ‘프리티 레이디’ 연습 장면에서 브록이 투자자와 연인 사이라서 남주인공과의 키스를 악수로 바꾸는 대목, 형체를 왜곡시키는 그림자극, ‘뒤집힌 자라’라는 대사를 이용한 말장난, 브록이 부상으로 하차한 뒤 마쉬가 열정적으로 소여를 지도하는 장면이 주요 관람 포인트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착한 뮤지컬’이다. 소여의 동료들은 질투는커녕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힘을 합친다. 노련한 여배우 브록도 ‘부자 스폰서’ 대신 가난하지만 진정 사랑하는 이를 선택한다. 브록은 자신의 배역을 꿰찬 소여에게도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에 마음이 바뀌었다”면서 연기 지도까지 해준다. 같은 마음으로 달려가는 동료, 여자들 사이에서 싹트는 우정은 성공이 전부인 쇼 비즈니스 세계 속의 작은 교훈이다.

빠른 무대 전환, 온통 스팽글이 달린 의상, 손발을 쭉쭉 뻗는 춤동작은 뮤지컬의 태생이 곧 쇼라는 사실을 새삼 돌이켜보게 한다. 아쉬운 것은 녹음한 반주를 비롯해 리바이벌 버전에 등장하는 화려한 계단 세트, 천장 아래 45도 각도로 대형 거울을 붙인 입체적인 공간 연출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또 신나는 노래 가운데 극장을 빠져나온 뒤에도 흥얼거릴 만한 멜로디가 잘 기억나지 않았다. 8월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02-2005-0114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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