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펀드에 녹색기업株가 없다

  • 입력 2009년 7월 30일 02시 59분


무늬만 ‘그린’… 대부분 대형우량주에 쏠려
투자목적-방향 충실한 해외주식형과 대조적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녹색산업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녹색성장 펀드들이 정보기술(IT), 철강, 금융 업종의 기존 대형주들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삼아 ‘무늬만 녹색 펀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한국 미국 등 각국 정부가 다양한 녹색성장 정책을 발표하자 여기에 편승해 자산운용사들이 무원칙하게 녹색성장 펀드를 출시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는 29일 국내에서 판매 중인 국내와 해외주식형 녹색성장 펀드 중 설정액 상위 3개 펀드의 상위 10개 투자 종목을 분석했다. 그 결과 국내 주식형 녹색성장 펀드들은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자동차, KB금융지주, LG전자 등 기존의 대형 우량주에 집중 투자하고 있었다.

‘하이GreenFuture증권종류형투자신탁1(주식형)C1’과 ‘흥국녹색성장증권투자신탁[주식]C-w’는 상위 10개 투자 종목 중 녹색성장 기업이 거의 없었다. 하이GreenFuture증권은 포스코(3.4%), 삼성전자(3.3%), 삼성전기(2.9%) 순으로 투자했다. 흥국녹색성장증권도 삼성전자(3.9%), KB금융(3.3%), 포스코(3.1%), 현대차(2.6%) 등의 비중이 높았다. 흥국녹색성장증권의 상위 10개 투자 종목 중 시가총액 50위 밖의 기업은 플랜트 장비업체인 비에이치아이(2.4%) 하나였다. 하이자산운용 이승섭 주식운용팀장은 “국내 증시에서 녹색성장 기업들은 많지도 않고 대부분 중소형주들이어서 현재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대형주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형 녹색성장 펀드 중 설정액 1위인 ‘미래에셋녹색성장증권투자신탁1(주식)(A)’은 상대적으로 중견기업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상위 투자 종목 중 녹색 관련 기업은 한국코트렐 정도였다.

그러나 국내에서 판매 중인 주요 해외 주식형 녹색성장 펀드들은 풍력, 대체에너지, 수질관리 관련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글로벌Water증권자투자신탁1[주식](A)’ ‘알리안츠GI글로벌에코테크증권투자신탁[주식](C/A)’ ‘산은S&P글로벌클린에너지증권자투자신탁[주식]C1’ 등은 솔라월드, 베스타스, 가메사, 이버드롤라 등과 같은 태양광, 풍력발전, 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에 주로 투자하고 있었다. 해외 주식형 녹색성장 펀드의 상위 10개 종목 중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JP모간 등과 같은 기존의 유명 기업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국내와 해외 녹색성장 펀드의 주요 투자 종목이 확연히 다른 이유로 국내 녹색성장 기업들의 불안정성을 꼽았다. 동양종합금융증권 김후정 펀드애널리스트는 “국내 녹색성장 기업들은 장래성은 있지만 산업 초기 단계라 위험성도 크다”며 “자산운용사로서는 상위 투자 종목들을 안정성이 높은 대형주 위주로 구성할 필요성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 LG화학 같은 국내 대표 기업들도 최근 친환경 기술에 많이 투자하기 때문에 녹색성장 기업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리서치본부와 주식운용본부에서 녹색성장 기업으로 분류될 수 있는 종목들을 선정하는데 과연 어떤 기업이 이에 해당하느냐는 건 사실 좀 애매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녹색성장 펀드 시장이 커질 것에 대비해 일부 회사들이 일단 상품을 출시해 브랜드를 선점하고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으려는 전략을 펼친 면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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