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뒤늦게 참견말라” 의원들 내친 쌍용차 사측직원

  • 입력 2009년 7월 29일 02시 59분


강기갑 대표(오른쪽) 등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이 28일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정문 앞에서 노조원들에게 식수를 전달하려다 사측 직원들의 제지로 멈춰서 있다. 평택=연합뉴스
강기갑 대표(오른쪽) 등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이 28일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정문 앞에서 노조원들에게 식수를 전달하려다 사측 직원들의 제지로 멈춰서 있다. 평택=연합뉴스
민주-민노당 생수 반입 시도하자
“집 침입한 강도에게 물주나” 격앙
의사단체가 맡긴 상자선 담배 나와

“물과 의약품을 들여보내겠다.” “정치인은 물러가라!”

쌍용자동차 불법 점거 농성사태가 68일째 이어진 28일 오전 10시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앞. 홍영표 김재윤 조배숙 의원 등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9명이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와 노사대화를 촉구한 뒤 1t 트럭에 싣고 온 700mL짜리 생수 3000병을 공장을 점거 중인 노조에 전달하기 위해 정문으로 향했다. 그러자 사측 직원 80여 명이 이들을 가로막았다.

의원들은 “공장 안이 단수됐다고 하니 물을 전달하기 위해 왔다. 여름인데 물이 필요할 것 아니냐”고 따졌다. 사측 직원들은 “집에 강도가 들어왔는데 물을 주라는 형국이다. 그게 말이 되느냐”며 “남의 일에 참견 말고 국회나 가서 제대로 하라”고 맞받아쳤다. 이어 의원들은 경찰을 찾아 물만 놓고 갈 테니 전해주겠다고 약속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은 “공장 주인인 사측에서 안 된다는데 우린들 어쩌겠나. 우선 도로에서 인도로 나오라”는 말만 했다.

민주노동당 의원 5명도 비슷한 시간에 쌍용차 평택공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5일째 정문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홍희덕 의원을 비롯해 강기갑 대표, 이정희 권영길 곽정숙 의원 등은 정문 앞 인도에서 의원총회를 연 뒤 물을 전달하려다 사측 직원들에게 막히자 정문 앞에 물통을 쌓아놓고 연좌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사측은 스피커를 통해 “강기갑 권영길 이정희 의원님은 당장 나가달라”고 대응했다. 의원들 뒤에는 ‘우리는 진정 일하고 싶다’ ‘폭력조장 외부세력 물러가라’고 적힌 사측 직원들의 피켓이 보였다. 민노당 의원들은 이날 천막을 설치하고 철야농성을 벌였다. 이날 국회의원 외에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건강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도 잇달아 찾아와 쌍용차 정상화와 물 반입, 의료진 출입 허용을 촉구했다.

한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이날 의약품이라며 노조원들에게 전달해 달라고 맡긴 상자 안에서 ‘디스’ 담배 4보루가 나왔다고 사측 관계자가 밝혔다. 담배는 탈지면과 연고 등 의약품으로 채운 상자의 가장 아랫부분에 놓여 있었다. 사측은 “이런 식으로 뭘 들여보낼지 모른다”며 담배는 빼고 들여보냈다.

평택=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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