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북부도시, 탈레반 공세 후 사제무기시장 호황

  • 입력 2009년 7월 28일 02시 50분


AK소총 값 5배 폭등… “없어서 못 판다”
주민들 “치안 불안” 앞다퉈 구매

파키스탄 북부 노스웨스트프런티어 주에 있는 도시 다라아담켈. 주도 페샤와르에서 차로 30분이면 닿는다. 아프가니스탄 국경에서도 멀지 않은 이곳은 큰 도로 하나를 중심으로 여러 골목이 연결된 작은 도시다. 이 도시에는 아시아 최대의 사제 무기시장이 있다.

올 들어 파키스탄 정부군이 탈레반 세력에 대한 대공세를 시작한 뒤 다라아담켈이 전례 없는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고 이슬람온라인넷이 26일 현지 상황을 전했다.

도로 양쪽을 따라 총기 판매점들이 다닥다닥 늘어선 이 도시에서 AK-47 자동소총 값은 지난해 225달러에서 현재는 1500달러로 1년 만에 무려 5배나 껑충 뛰었다. 주요 고객이었던 탈레반은 물론 악화되는 치안사정에 불안감을 느낀 일반 시민들까지 너나없이 무기를 구매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무기를 구입하던 주민 알리 씨(43)는 “요즘에는 누가 언제 어디서 공격할지 모르기 때문에 무기가 없으면 불안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서는 허가증만 있으면 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 그러나 한 통계에 따르면 파키스탄에는 허가증이 발급된 총기류가 약 200만 정인 데 비해 불법 총기류는 무려 1800만 정이나 된다고 한다. 불법 총기의 상당수는 다라아담켈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슬람온라인넷은 이 도시에서 2000여 가구가 총기 제작에 종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기 공장은 60여 개이며 소규모 작업장까지 포함하면 300여 개에 이른다. 무기 공장에서 일하는 인원은 6000여 명. 판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약 1만 명이 총기로 먹고산다.

이곳에서는 만들지 못하는 무기가 없다. 어떤 외국 총기도 진품과 별다른 차이 없이 모방해 생산할 수 있다. 권총만 해도 1만∼5만 루피(약 125∼625달러)의 다양한 종류가 있다. 5년 전에는 지뢰, 다연장로켓 발사기 등도 제조했지만 최근 당국이 중무기 생산은 통제하고 있다. 그래도 단골 고객에게는 중무기가 여전히 팔려 나간다.

다라아담켈에서 무기가 생산된 역사는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 2000년대 초반 두 명의 전직 군인이 이곳에 와서 무기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그 기원이다. 하지만 아프간 내전과 파키스탄 정정 불안에 힘입어 무기 생산은 급격히 번창했다. 파키스탄 정부군의 공세에 이어 이달 초 미군도 아프간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최대의 대탈레반 공세를 시작했다. 요즘 다라아담켈 사람들은 갑자기 찾아온 대호황에 희색이 만면해지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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