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中 내수 부양의 속뜻

  • 입력 2009년 7월 28일 02시 50분


중국의 통화 증가율이 가팔라졌다. 11조 위안의 은행권 신규대출과 4조 위안에 이르는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더해진 결과다. 덕분에 중국 부동산시장이 다시 살아났다. 신규대출의 증가는 고정자산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중국 자산시장도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 상하이 푸둥 및 선전의 부동산 가격이 고점 대비 80∼90%까지 회복됐다고 하며 신규 대출자금이 흘러 들어간 증시 역시 하락폭의 절반 이상을 만회했다.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도 오르고 ‘부의 효과’도 기대할만 하다.

실제 경기선행지수는 6개월 연속 상승했고 심리지표인 ‘구매자관리지수(PMI)’도 4개월 연속 50을 넘었다. 제조업 경기가 확장 국면에 있다고 보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는 뜻이다. 심리지표뿐 아니라 실제 소비도 달라졌다. 노동절 연휴가 낀 5월의 소매판매가 15% 이상 늘어나며 3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고 6, 7월도 회복세를 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시작한 ‘하향정책’을 지속할 방침이다. 2012년까지 가전제품을 사면 정부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3농 정책의 하나로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시행한 가전, 자동차, 섬유 하향에 이어 도시지역을 대상으로 한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도 시행에 들어갔다. 냉장고, TV 등 주요 5개 품목의 새 제품을 사면 정부가 10%의 보조금을 준다. 물론 그동안 농촌지역을 대상으로 한 하향정책 보조금이 실제로는 도시지역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됐기 때문에 이구환신의 위력이 그다지 크게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통계상으로 교체 수요가 무려 1억 대에 이른다.

한데 문제는 중국 정부의 속내다. 1인당 국민소득으로 볼 때 중국 경제의 내수 드라이브는 지나치게 빠르다. 하지만 세계경기 침체로 중국의 수출이 회복되지 않고 수출기업의 고용사정이 나빠지면서 실업이 심각한 체제 위협으로 다가오자 중국 정부로서는 앞뒤를 가릴 형편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출이건 내수건 가리지 않는 신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이 득세한 셈이다. 실제 중국의 수출은 회복은커녕 점점 악화되고 있다. 5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26.3% 급감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전년 동월보다 21.3% 감소했고 4월보다도 2.7% 줄었다. 대유럽, 대일본 수출 역시 계속 줄고 있다.

결국 중국은 수출주도형 경제를 내수주도형으로 능동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아니라 실업률 증가와 사회불안을 막기 위해 일단 선진국 경제가 회복되기 전까지 돈을 풀어 버텨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전, 자동차, 섬유, 철강 등 설비과잉 분야의 실업과 구조조정을 막아보겠다는 수동적인 ‘내수 도피’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는 지금 양머리를 내다걸고 개고기를 팔고 있다.

박경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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