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방화 용의자가 소방차 탈취 도주극

  • 입력 2009년 7월 27일 02시 57분


방화 용의자가 불을 끄러 출동한 소방차를 탈취해 도주극을 벌인 혐의로 구속됐다. 전남 영암경찰서는 26일 소방대원을 흉기로 위협해 소방차를 빼앗아 달아난 혐의로 농민 이모 씨(51)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24일 오후 7시경 전남 영암군 시종면 자신의 논 근처에서 트랙터에 불을 질렀다. 최근 폭우로 논 1만2000여 m²(약 3600평)가 물에 잠겨 상심한 터에 아내와 심하게 말다툼을 벌인 뒤 술을 마시고 홧김에 불을 지른 것.

이 씨는 신고를 받고 소방차가 출동하자 혼자 소방차를 몰고 온 소방관을 흉기로 위협한 뒤 소방차를 빼앗아 달아나기 시작했다. 육중한 소방차는 길가에 세워져 있던 승용차 등 차량 6대를 연이어 들이받아 크게 부서졌다. 승합차인 소방지휘차량이 이 소식을 듣고 추격해오자 이 씨는 소방차를 세워 도주극이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이 씨는 다시 흉기로 지휘차량 운전자를 위협한 뒤 이 차량을 빼앗아 도주하기 시작했다.

50여 분 동안 8km 이상을 소방차와 소방지휘차를 연이어 빼앗아 달아나던 이 씨는 결국 경찰 순찰차 7대가 출동해 길을 가로막은 끝에 붙잡혔다. 당시 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41%로 만취 상태였다.

이 씨는 경찰에서 “집중호우로 한 해 농사를 모두 망쳐 속이 상해 나도 모르게 일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영암=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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