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속 에콰도르인들 “생큐! 피스컵”

  • 입력 2009년 7월 25일 02시 57분


자국팀 남미대표로 출전
“응원 생각에 너무 행복”

#장면 1=2006년 12월 30일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바라하스공항 주차장.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파편이 날렸다. 과격 분리주의 단체가 벌인 이 폭탄 테러는 에콰도르인 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사고는 스페인 전역에서 일어난 대규모 테러 반대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장면 2=2009년 7월 22일 바라하스공항 입국장. 한 무리의 에콰도르인들이 갑자기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은 이날 스페인에 입국한 한국 기자단을 환영하는 피켓을 보며 “피스컵”을 외쳐댔다. 일행 가운데 한 명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3년 전 스페인에 왔지만 요즘처럼 행복한 적이 없었어요. 피스컵이 정말 기대됩니다.”

마드리드에만 20만 가까운 에콰도르인이 산다. 때로는 스페인에 동화돼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고, 때로는 이주민이라는 따가운 편견을 안고 사는 사람들. 스페인 속 에콰도르 사람들의 자화상이다.

에콰도르 사람들은 스페인어를 쓰며,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다. 스페인 사람들과 닮았다. 그러나 그것 말고도 에콰도르와 스페인을 연결하는 강력한 끈이 있다. 바로 축구다. 에콰도르의 축구 사랑은 ‘국민 99%가 축구팬’이라는 스페인 못지않다. 스페인에 사는 에콰도르인들에게 25일 시작되는 2009 피스컵 안달루시아가 즐거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이번 대회엔 에콰도르의 ‘국민팀’ 리가 데 키토가 남미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한다. 에콰도르 출신의 한 이민자는 “돈이 만만치 않지만 기꺼이 입장권을 샀다.

리가 데 키토는 우리 이민자들의 자존심”이라며 주먹을 쥐었다. 공교롭게도 리가 데 키토는 스페인의 자존심 레알 마드리드와 29일 한판 승부를 벌인다.

마드리드=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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