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관중 2만명… 사직구장은 지상최대 노래방

  • 입력 2009년 7월 25일 02시 57분


“롯데에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볼 수 없는 위대한 홈팬이 있다.”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즐겨하는 말이다. 지난해 롯데 사령탑을 맡은 로이스터 감독은 사직구장의 응원 열기에 놀라움과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제는 다른 구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봉다리(봉지)’와 신문지, 라이터 등 이색 도구를 이용한 응원에 ‘부산 갈매기’로 대표되는 응원가는 사직구장을 ‘지구상에서 가장 큰 노래방’으로 만들었다. 롯데 관계자는 “일본과 미국 프로야구 관계자들도 사직구장의 응원문화를 알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부산의 야구 열기가 한결 같았던 것은 아니다. 1991년 서울 잠실구장을 제치고 사상 첫 100만 관중 시대를 연 사직구장은 이듬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며 120만 명을 돌파했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성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2002년에는 12만8000명으로 줄었다. ‘구도(球都)’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8-8-8-8-5-7-7’. 2001년부터 롯데의 7년 동안 성적이다. 팬들 사이에 유명한 숫자다. 침울하던 사직구장은 2005년 롯데가 4년 연속 꼴찌에서 벗어나며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첫 외국인 감독에 대한 기대감이 8년 만의 플레이오프 진출로 이어지면서 정점에 이르렀다.

지난해 한 시즌 역대 최다인 137만9735명(평균 2만1901명)의 관중을 기록한 롯데는 올해 목표를 150만 명으로 높여 잡았다. 6월까지만 해도 이 목표는 어려워 보였다. 5월까지 바닥을 헤맨 성적 탓에 관중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 하지만 6월 중순 이후 성적이 상승세를 타면서 관중이 늘기 시작했고 이달 사직 6경기에서는 평균 관중 2만 명을 넘어섰다. 주말인 4, 5일 SK전에서는 연속 만원 관중(2만8500명)을 기록했다.

다른 팀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롯데의 열성적인 관중이 부럽다”고 말한다. 올해 사상 최다인 550만 관중을 목표로 했던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롯데의 상승세가 반갑기만 하다. ‘흑자 구단’에 도전하는 롯데. 그 원동력은 바로 팬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