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문태준]예술 지원, 독립기구서 일관되게

  • 입력 2009년 7월 25일 02시 57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난달 17일 ‘2010년 예술지원 정책 개선 방향’을 내놓았다. 예술위원회는 토론회를 거쳐 현장의 의견을 수렴한 후 구체적인 개선안을 확정하겠다고 한다. 내년부터 바뀌는 예술지원 정책은 현 정부가 지난해 9월에 내놓은 주요 예술정책을 구체화한 후속조치에 해당하는 셈이다. 기존의 예술지원 방식을 상당히 개편한 내용이다. 예술지원 원칙의 틀을 선택과 집중, 간접지원, 사후지원, 생활 속의 예술 향유 환경 조성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제2의 만해마을-토지문화관 기대

우선 이목을 끄는 부분은 대학로에 예술지원센터(가칭)를 설치한다는 내용이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옛 서울대 본관이었던 예술위원회 건물을 예술인의 공간으로 내주겠다는 말이다. 현재 대학로에는 120여 개의 극장이 밀집해 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많은 극장이 들어선 극장가다. 그러나 1980년대 대표적인 연극의 거리라는 위상과는 달리 유흥적인 거리로 변질되고 말았다는 지적이 있던 터라, 이 결정은 의미 있는 용단으로 보인다. 이왕이면 1931년 완공되어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이곳을 창작 공간과 발표 공간으로 전면적으로 전환해 대학로를 다시 연극과 예술의 메카로 변신시키는 게 어떨까 싶다.

두 번째로 눈에 띄는 것은 간접지원 방식에 관한 내용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공연장이나 전시장 등 매개 공간을 중심으로 한 간접지원 방식을 통해 예술 현장의 자생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공연장, 공연연습실, 전시공간, 문학집필실에 대한 임차보증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여기에 해당한다. 문인 창작 집필실 지원의 경우 현재 백담사 만해마을(강원 인제군)과 토지문화관(강원 원주시)을 지원하는데, 문인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추가적인 집필 공간 지원에 대해서도 큰 기대가 된다. 문인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최적의 장소에 창작 공간을 마련했으면 한다.

전문가와 관객에게 우수한 평가를 받는 작품을 지원하는 사후지원 프로그램이 문학, 공연에 새로 도입되기도 한다. 문학의 경우 역량 평가를 통해 작가 30명을 대상으로 연간 1000만 원씩 3년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소수의 역량 있는 작가에게 지원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려된다. 공연의 경우도 우려되기는 매한가지다. 공연의 경우 시장과 관객의 선택을 존중해 지원 대상을 결정한다는 방안인데 이럴 경우 대중의 기호에 영합하는 상업극이 득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학의 경우 지원 대상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고, 공연의 경우 심사 기준을 좀 더 고심해봐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외에 15개 시도와 서울 간 배분비율을 대폭 조정하여 15개 시도 중심으로 지원사업 예산을 배분함으로써 서울과 지방의 격차가 해소될 수 있도록 한다든지, 예술지원 책임심의관제를 도입해 심의에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예술지원 정책 개선안을 살펴보면서 가장 먼저 걱정스러운 점은 문예진흥기금의 고갈 문제이다. 문예진흥기금 적립금은 2005년 말 기준으로 4929억 원이었지만 올해 말에는 3787억 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매년 200억∼300억 원씩 기금이 잠식되고 있어 이대로 가면 향후 7, 8년 내에 기금이 고갈될 위기에 처해 있다. 기금 고갈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예술가에 대한 일차적 회생장치 마련에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일례로 직접적인 현금지원 방식이 문학과 문학인의 자생적인 생산력을 저하시키고 시장 실패를 더욱 부추길 우려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순수문학 종사자의 소위 ‘밥벌이’ 형편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 원고료 수입은 박하고, 문학의 잠재적인 독자라 할 만한 우리나라 성인은 10명 중 3명이 한 해에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형편이니 작가는 실로 고립무원의 형편에 처해 있다. 2007년 한 언론사 기획취재팀이 신춘문예 등단작가 1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소설가 연평균 원고료 수입이 100만 원가량 되었다는 내용은 우리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충격적 현실이다.

현장의 목소리 끊임없이 경청을

일반 독자와 미래의 독자인 청소년에게 문화적인 상상력을 수혈하는 작업 또한 더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성공적인 운영을 보여주는 사이버 문학광장, 문학집배원 사업, 우수 도서 보급 사업을 더 장려했으면 한다.

문화부와 문화예술위원회가 내놓은 예술지원 정책 개편 방향에는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는 점은 예술지원 정책이 무엇보다 독립적인 기구에서 일관성을 갖고 추진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예술 현장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경청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술정책 개편안에 대한 토론 과정에서 원칙은 지키되 예술 장르마다 특수한 환경이 있으므로 세목의 적용에선 다소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함께 당부하고 싶다.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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