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골프] 왓슨 덕에 웃고 우즈 탓에 울고

  • 입력 2009년 7월 25일 02시 56분


20일 끝난 제138회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에서 노장 돌풍을 일으킨 톰 왓슨(왼쪽) 덕분에 그의 타이틀 스폰서인 애덤스골프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타이거 우즈를 후원한 나이키골프는 우즈가 2라운드에서 컷오프되면서 울상을 지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일 끝난 제138회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에서 노장 돌풍을 일으킨 톰 왓슨(왼쪽) 덕분에 그의 타이틀 스폰서인 애덤스골프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타이거 우즈를 후원한 나이키골프는 우즈가 2라운드에서 컷오프되면서 울상을 지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브리티시오픈 스폰서 희비

#장면 1=1986년 마스터스골프대회. 잭 니클라우스(미국)는 46세의 나이로 정상에 섰다. 이때 그가 사용했던 맥그리거 골프의 ‘리스펀스 ZT퍼터’는 그해에만 30만 개가 팔려나가는 대박을 터뜨렸다.

#장면 2=1993년 마스터스골프대회. 베른하르트 랑거(독일)가 스코티 카메런의 ‘클래식1’이라는 퍼터로 유리알 그린을 공략한 끝에 우승했다. 당시 무명 퍼터 업체였던 스코티 카메런은 이후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성장했다.

두 사례에서 보듯 골프용품 업체의 매출은 후원 선수의 메이저대회 성적에 큰 영향을 받는다. 그 어떤 대회보다 언론과 팬들에게 노출이 많이 되기에 업체들은 소속 프로의 우승을 간절히 바란다.

20일 끝난 제138회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에서도 용품 업체들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톰 왓슨(60·미국)은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강렬한 노장 투혼을 보이며 타이틀 스폰서인 애덤스골프에 효자 노릇을 했다. 왓슨이 나흘 내내 선두권을 질주하면서 그의 모자에 새겨진 애덤스골프 로고는 광고 효과를 톡톡히 냈다. 애덤스골프는 왓슨이 선두로 나선 2라운드 때 주가가 18%나 올랐으며 대회가 끝난 뒤에도 9%가 상승했다. 최근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애덤스골프 칩 브루어 회장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우리 회사가 노출됐다. 인지도가 높아진 만큼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왓슨은 2000년 애덤스골프와 5년 계약한 뒤 2005년 5년 재계약을 했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브리티시오픈의 위대한 승자는 애덤스골프’라는 표현까지 썼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골프용품 업체의 열띤 마케팅 전쟁을 소개하면서 ‘PGA투어에서 마지막 날 우승자가 입은 옷은 10%의 판매 상승효과를 일으킨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왓슨이 브리티시오픈에서 쓴 캘러웨이 오디세이의 일명 드라큘라 퍼터(화이트핫 XG시리즈)도 화제를 뿌렸다. 캘러웨이 김흥식 이사는 “제품에 대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우승을 못해 2% 아쉽긴 하지만 우리 스폰서 선수가 아닌 왓슨이 제대로 홍보를 해줬다”고 흐뭇해했다. 왓슨이 입은 폴로 골프 의상과 타이틀리스트 프로V1 공도 주목받았다.

반면 나이키골프는 우즈가 브리티시오픈에서 라운드마다 입을 옷을 1년 전부터 준비하며 공을 들였으나 컷오프돼 한숨을 지었다. 당초 우즈의 의상을 전 세계 모든 영업점 선반에 진열할 계획이었으나 우즈가 2라운드 종료 후 보따리를 싸면서 3, 4라운드 때 입을 의상은 세상 밖으로 나오지도 못했다. 게다가 우즈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클럽을 땅에 내리찍고 험한 말을 내뱉는 등 거친 매너로 구설수에 올랐다. 나이키골프는 그나마 계약 선수인 스튜어트 싱크(미국)의 역전 우승이 위안거리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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