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태극기 휘날리는 아파트 마음의 벽도 허물어요”

  • 입력 2009년 7월 23일 06시 01분


대구 용산2동 12개단지
태극기달기 경진 대회 눈길
“서로 독려하며 정도 쌓여”

“저길 보세요. 아파트 베란다마다 태극기가 내걸린 모습이 정말 보기 좋지 않습니까. 주민들의 참여 열기가 의외로 높아 흐뭇합니다.”

주민들과 함께 ‘국가기념일 태극기 달기 경진대회’를 열고 있는 대구 달서구 용산2동 성서6주공 뜨란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 박인근 회장(48)은 22일 이같이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태극기 달기 경진대회가 열린 첫날(제헌절), 우리 아파트 가구의 95% 정도가 태극기를 게양했다”며 “광복절에는 모든 가구가 태극기를 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용산2동 보람타운 아파트 등 이 일대 아파트 단지 12곳 9400여 가구 주민들이 태극기 달기 경진대회를 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대회는 7월 17일 제헌절부터 10월까지 광복절(8월 15일), 국군의 날(10월 1일), 개천절(10월 3일), 한글날(10월 9일) 등 총 5회에 걸쳐 집집마다 태극기를 다는 것이다. 이 대회는 올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0주년을 맞아 태극기 달기를 통해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고 서로 마음의 벽을 허물자는 취지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했다. 이곳 주민들은 태극기 달기 대회에 참여하면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얼굴도 익힐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단지별 주민대표와 동 주민센터 직원 등으로 구성된 평가단이 아파트별 국기 게양실적을 종합 평가해 우수 아파트 3개 단지에 12월 상을 줄 계획이다. 성서6주공 뜨란채 아파트는 자치회 및 부녀회원들이 주민들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자치회 기금으로 마련한 태극기를 460여 전 가구에 무료로 나눠 주기도 했다. 용산2동 새마을협의회 및 부녀회원 등 100여 명은 주민 참여를 늘리기 위해 14일과 16일 대구도시철도 2호선 이곡역 부근에서 태극기 달기 참여 캠페인도 벌였다.

주민들은 단지별로 승강기 안과 아파트 게시판 등에 안내문을 부착하고 아파트 입구에 현수막을 내거는 등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용산2동 새마을협의회 부녀회 이인선 회장(45)은 “제헌절에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과 함께 태극기를 내걸었다”며 “올해 남은 국경일에는 더 많은 주민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용산2동은 1만1200여 가구 중 84%인 9400여 가구(3만1500여 명)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해에도 ‘깨끗한 아파트 만들기 경진대회’를 열었다. 강필달 용산2동장은 “태극기 달기 경진대회는 대도시의 삭막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주민들이 서로 마음의 벽을 허물고 이웃사촌의 정을 다지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며 “이런 행사가 다른 동네로도 널리 퍼져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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