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장기’ 가 연예인 흉내뿐?

  • 입력 2009년 7월 21일 02시 57분


‘도전! 황금사다리’ 캠퍼스 문화엔 등돌리고 예능프로 모방

KBS2 ‘도전! 황금사다리’(일 오전 10시 40분·사진)는 대학생들이 나오는 퀴즈 프로그램이지만 출연진만 대학생일 뿐 여느 예능 프로그램과 다른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학생 특유의 창의적인 발상 등을 보여주기보다 ‘연예인 따라하기’ 일색이다.

이 프로그램은 매주 각 대학을 다니며 미모가 뛰어난 ‘캠퍼스 퀸’을 뽑아 ‘가톨릭대 김옥빈’ ‘경희대 전지현’ ‘부산대 한지혜’ 식으로 연예인 이름을 붙인다. ‘캠퍼스 퀸’의 역할은 장기자랑과 간략한 학교 소개에 그친다. 학생들의 장기자랑을 통해 뽑힌 3명의 도전자는 500만 원 장학금 타기 5단계 퀴즈를 벌인다. 장기자랑은 대부분 연예인 춤이나 노래를 따라하거나 개그 프로그램의 코너를 재현하는 식이다.

19일 충북대 편은 “꿈을 향한 패기의 도전. 젊음의 패기와 열정, 그 이름 앞에 불가능은 없다”는 MC들의 외침으로 시작했다. ‘캠퍼스 퀸’으로 뽑힌 학생은 ‘충북대 유진’이라며 가수 이지연의 ‘난 사랑을 아직 몰라’를 부른 뒤 짧게 학교 소개를 했다. 학교 홍보 영상과 문구도 특징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어 대학생들의 끼와 열정의 무대라며 장기자랑을 하는 ‘너를 보여줘’ 코너가 20여 분간 방영됐다. 가수 채연의 노래 ‘흔들려’와 춤을 선보인 학생에 대해 “히프를 잘 뺀다”(채연) “골반이 빠지는 줄 알았다”(MC 붐)는 심사평도 나왔다. 원숭이 분장을 한 학생이 ‘유랑 약장사’를, 여장을 한 남학생들이 나와 ‘충청도 특산물 아가씨 선발대회’를, 체육학과 학생들이 ‘원더걸스’의 ‘노바디’ 춤을 무대에 올렸다. 장기자랑에서 선발된 3명과 ‘캠퍼스 퀸’이 장학금 타기 퀴즈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처럼 대학생 특유의 문화를 보여주지 않고 인기 연예인을 흉내 내는 게 얼마나 관심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청률 조사회사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19일 ‘도전! 황금사다리’ 시청률은 4.4%였다. 같은 시간대 퀴즈 프로그램인 SBS ‘퀴즈 육감대결’은 8.8%였다.

퀴즈 형식은 TV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자주 접할 수 있고 장기자랑이나 개인기도 다반사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이 대학생이라는 타이틀만 내세운 채 연예인 따라하기로 꾸민다면 시청자들에게 큰 흥미를 끌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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