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철학과도 뽑아라”…구본무 LG회장, 인재 다양화 강조

  • 입력 2009년 7월 20일 02시 56분


“대졸(大卒) 신입사원을 뽑을 때 상경계열 등 특정 분야 전공자 위주로만 뽑지 말고 철학과와 심리학과 출신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널리 뽑아라.”

구본무 LG그룹 회장(사진)이 다양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인재경영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LG 임원들에 따르면 지난달 구 회장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각각 만나 상반기(1∼6월) 경영실적을 점검하고 중장기 사업 전략을 논의하는 ‘컨센서스 미팅(CM)’을 하는 자리에서 이런 취지로 인재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 회장의 발언은 대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경제·경영학과, 공과대 출신뿐만 아니라 철학, 심리학 같은 인문·사회과학 전공자도 많이 선발해야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고객의 요구(needs)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뜻이라고 LG 측은 밝혔다. 여러 전공 분야의 인재 선발은 결국 LG 특유의 ‘고객가치 경영’과 일맥상통하는 셈이라는 설명이다.

구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난해 11월 CM에서도 “(경제가) 어렵다고 사람을 내보내면 안 된다. 어렵다고 사람 안 뽑으면 안 된다”며 ‘사람(인재) 중시’의 경영 원칙을 밝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LG 측은 “구 회장은 ‘재계의 화두(話頭) 메이커(maker)’ 역할에 그치지 않고 그 발언을 그룹 경영 속에서 실질적으로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지침에 따라 올해 초 총 4000명의 대졸 신입사원 채용 계획을 발표한 뒤 상반기에 65%(2600명)를 선발했고 하반기 채용도 예정대로 준비하고 있다는 것. 또 “(어려워도) 사회공헌활동 비용은 안 줄이겠다”는 그의 발언에 따라 지난해 사회공헌 예산 규모인 약 1000억 원을 올해도 유지하고 있다.

또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는 지속돼야 한다”는 발언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로 이어졌다. “LG는 (기존) 주력사업에만 전념하겠다”는 ‘선택과 집중’ 발언은 건설업계에서 나돌던 ‘LG의 대우건설 인수설’을 잠재웠다. 한 LG 계열사의 고위 임원은 “구 회장이 최근 임원 세미나에서 ‘앞으로 저환율(원화 강세)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 뒤 상반기 실적이 좋았던 계열사들은 원화 약세 등에 따른 ‘착시(錯視) 효과’가 경영성과에 미친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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